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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가련한 그대 이름은 ‘오랑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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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2. 17:56

(38) 오랑캐꽃
오랑캐꽃
대문을 마주한 이웃에 이덕완 시인이 살고 계시다. 시골 동네에 작은 책방을 열고, 오가는 나그네를 맞으며 시를 벗 삼아 살아가는 분이다. 유명 언론사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이기도 한 시인께서는 인문학 강의에도 일가견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문화 예술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기도 하다.

문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온화해서 본지에 연재하는 '잡초 이야기'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가끔 잡초 탐방을 함께 나서는데 이번 동행길의 주제는 지천으로 피어있는 '제비꽃'이었다. 제비꽃은 다른 이름도 참 많다. 작고 귀여워서 '병아리꽃', 꽃으로 반지를 만든다고 '가락지꽃', 땅에 붙어서 핀다고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한다. 먼 옛날 조상님들은 이 꽃이 피는 봄에 어김없이 오랑캐들이 쳐들어 왔다고 하여, 또는 꽃모양이 오랑캐의 뒷머리와 닮았다고 하여 '오랑캐꽃'이라 불렀다.

시인께서는 특별한 시 한수를 소개하였다. 1930년대 서정주, 오창환과 함께 세명의 천재, 즉 3재(才) 시인으로 불렸던 이용악의 시 '오랑캐꽃'이었다. 문학적 표현력이 뛰어난 그답게 시인은 가녀린 오랑캐꽃에서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읊어 내었다. 그것은 힘없는 민초들을 향한 연민과 슬픔의 마음이기도 했다.

이덕완 시인은 야생초로 맛깔스런 술안주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솜씨가 있디. 오늘의 안주는 제비꽃, 아니 오랑캐꽃 된장무침이다. 막걸리와 궁합이 잘맞는 오랑캐꽃 안주 덕분에 두 사람은 어느덧 거나하게 취했다. 서로의 신세가 가련한 오랑캐꽃 같다며 애꿎은 정치인들 욕만 냅다 해댔다. 오늘도 임진강변의 밤은 이렇게 속절없이 깊어간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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