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으로 사법부 굴복시키려는 국회독재 권력
- 사법부는 유권자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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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판결에 맞서 싸우지 않고 국가의 법에 순응하며 스스로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는 법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 공동체의 근간을 유지하는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입법이라는 형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이 정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소크라테스의 그 생각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질문이 다시 화두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공직선거법 개정,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특정인이 형사처벌이나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려 하고, 비법률가 대법관 임명, 대법원 판결의 헌법소원 허용, 대법원장 특검 추진 등을 통해 사법부 장악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의 재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입법으로 해소하고,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이 대선을 통해 행정 권력까지 장악한 후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면서 국민들은 과연 특정인을 특권화하고, 헌법의 핵심 가치인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무력화 하려는 시도가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입법만능주의, 법의 형식을 빌린 독재
입법만능주의는 말 그대로 입법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다.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의 입법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정의와 상호견제를 통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독재화된다.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입법만능주의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려 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거부권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 권력마저 국회 다수당이 장악하게 되면 입법만능주의는 입법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괴물이 된다.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에서 '행위'를 삭제하여,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에서 면소 판결이 가능하게 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재판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면서 김어준, 김미화, 김제동 같은 비법조인이 대법관이 되는 등 사법부 인적 구성에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문을 열었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을 헌재 심판 대상으로 하여 헌법재판소를 통해 대법원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해체, 사법권독립 및 삼권분립 파기와 권력통합
특히 우려되는 것은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향한 노골적인 입법공세다. 이재명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심리 후 파기환송 결정을 하자, 민주당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 침해이자 정치적 보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취소 결정을 한 재판장에 대해 언론을 동원하여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재판장 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 역시 명백한 사법권 독립 침해이자 재판 관여이다.
과거 민주당은 검사를 주 타깃으로 삼았으나, 대선승리를 눈앞에 둔 지금은 판사까지 직접 공격하며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앞으로는 검찰과 법원은 민주당과 관련한 수사도 못 하고, 기소도 못 하고, 유죄판결도 못 할 것이다. 민주당이 입법권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게 되면 더 이상 법치는 존재하지 않고 법원과 검찰이 국민은 쳐다보지 않고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독재화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바이마르 헌법의 교훈: 자유민주주의는 헌법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이 지킨다
최근 민주당은 '중도층 반발'과 '역풍'을 고려하여 사법부 장악 입법 추진을 중단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직후 재추진은 불가피하다"며 입법 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 그런 줄 안다"며 비웃던 이재명의 민주당은 표를 의식하여 잠시 추진을 멈춘 것이 연상된다.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입법만능주의 시도에 무감각하고, 입법만능주의가 가져올 엄청난 위기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독일 바이마르 헌법이 내용상으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바로 그 헌법 아래 1933년 히틀러 정권이 수권법을 통해 입법권을 장악하고 전체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가게 된 것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헌법적 가치도 이를 지키려는 국민이 없으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의 싸움이고, 계엄에 대한 논란을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내란죄 소추 및 재판으로 일단 정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킬 것인지 여부다. 그래서 이제는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이 정신 차리고 주인답게 이재명과 민주당을 향해 질문해야 한다. "민주당이 개정하려는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은 이재명을 위한 법인가, 국민을 위한 법인가? 그것이 이재명이 말하는 기본사회인가?" "민주당이 개정하려는 법원조직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권력분립 및 사법부독립이라는 헌법적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것인가? 그것이 이재명이 말하는 기본사회인가?"
이번 대선은 단순히 여야 정권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입법독재냐 아니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가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헌법의 핵심 가치인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사법부독립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입법만능주의를 통해 그것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것인가?"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