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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시대를 앞서간 작가였다. 소설 '즐거운 사라'로, 퇴폐논란에 휩싸이며 옥살이까지 했던 그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이다는 마음에서 '생각'을 출간했다. 제1장 '시대생각', 대한민국 생각을 시작으로 80개의 생각을 풀어냈다. 대선 후보들이 떠드는 '시대정신'이 떠오른다.
그는 한국사회의 미덕인 '중용'의 이중성을 간파했다. 중용 자체는 원천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이를 지키려다 기회주의 처세에 빠지고 이는 생존의 비결이 돼 진취적 창의성을 가로 막는다고 했다. 민의는 보수와 진보로 두 동강 난지 오래고, 오늘만 살고 말듯 한 여야의 패악적 정치 싸움에, 제 21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한국사회의 모습과 어딘지 닮았다.
그는 한국인 심성의 기저에 '공포'가 깔렸다고 봤다. 공포가 사회전반을 관류하면 누구나 처한 현실에서 목숨 부지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과 비슷하다. "변절자와 변신자들이 영리한 사람으로 치부되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되는 사회"라는 지적에도 공감한다.
그는 "나쁜 놈들은 벌을 받아야 하고 착한 사람은 상을 받아야 한다.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은 엉거주춤 양다리를 걸치며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기회주의자들이요, 착한 사람 중의 착한 사람은 정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고 했다. "선악의 판단 이전에 솔직성에 대한 판단이 한 사람의 인격을 저울질 하는 척도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얘기다. 그래서 그의 글이 좋다. 마 교수가 '생각'을 낸 것은 11년 전이다. 체감상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사회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기업도 매년 성장 목표를 높인다. 작년과 같은 실적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하물며 국가의 10여년 세월에 차이가 없다면, 퇴보도 이런 퇴보가 없다.
주권자로서 국민은 신성한 선거권(투표권)을 가진다. 주권자의 생각에 따른 선택 행위가 선거다.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이 주권자의 선택을 갈망하고 있다. 대선 후 막연했던 공포가 현실이 될 지, 진취적 창의가 빛나는 세상이 올 지는 알 수 없다. 생각을 선택으로 실천했을 때 비로소 선악의 실체가 드러난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거짓과 위선, 선동과 가짜뉴스가 판친다. 주권자 나름의 기준과 가치로 충분히 생각하고 선택해야 할 이유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세상은 생각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선택이다. /김시영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