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권, 캐나다인에 소중...전례 없는 도전 직면"
WSJ "트럼프에 메시지"
AP "카니 총리, 찰스 3세 방문, 캐나다 주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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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51번째 주(州) 병합' 발언 등으로 캐나다를 자극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찰스 3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나라에는 이미 국왕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캐나다군 훈장을 수여하고, (캐나다 상징) 단풍나무를 심었으며 캐나다 가수 마이클 부블레의 팬이라고 말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인들은 군주제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하지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와 미국의 차이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번 찰스 3세의 방문이 캐나다 주권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카니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기인 2013~2020년 영국 중앙은행인 연란은행(BOE) 총재를 맡은 바 있다.
영국 국왕이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을 한 것은 48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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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는 "캐나다는 오늘날 또 다른 중대한 순간을 맞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법치주의·자결권·자유는 캐나다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며 정부가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다짐하는 가치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수십 년간 캐나다인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준 개방적 글로벌 무역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며 "동반자 국가들과 캐나다의 관계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총리와 미국 대통령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에 기반을 둔 양국 간 새로운 경제 및 안보 관계를 정의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두 주권 국가에 혁신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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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연설'은 국왕이 의회 개원을 알리고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연설로 영국 국왕의 의회 연설인 '왕의 연설(King's Speech)'에 해당한다. '왕좌의 연설'은 통상 국왕의 대리인인 캐나다 총독이 맡는다.
찰스 3세의 모친인 고(故) 엘리자베스 2세는 70년 넘는 재위 기간 1957년과 1977년 두차례 '왕좌의 연설'을 했다.
영국 '킹스 스피치'를 영국 정부가 작성하는 것처럼 이날 '왕좌의 연설'도 캐나다 정부가 작성했다. 다만 국왕이 일부 발언을 추가할 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찰스 3세는 이번이 20번째 캐나다 방문이고, 2023년 5월 6일 즉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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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찰스 3세가 총독 관저에서 블루 너도밤나무를 심을 때 지지자들은 '신이여, 왕을 보호하소서', '오, 캐나다'를 불렀다.
캐나다에서 그간 군주제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위협으로 반미 여론이 높아지면서 영국 국왕에 대한 여론이 반전된 상황이다.
캐나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리드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캐나다와 영국 왕실 간 관계가 유용하다'고 답했다. 이는 2023년 4월의 54%에서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