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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AFP와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전날 칼레다 지아 전 총리가 이끄는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산하 청년·학생 단체 활동가들이 연내 총선 실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다카에서는 임시정부의 국세청 해체 명령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시위와 임시정부의 조속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 등 최소 6건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처럼 최근 다카에서는 시위가 일상이 됐다. 방글라데시에선 지난해 8월 약 21년 동안 집권해 온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대규모 시위에 퇴진했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유누스가 임시정부 수반으로 취임했다. 유누스 고문은 광범위한 개혁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약속해왔지만 개혁과 총선실시 시점 등을 두고 정치적 합의를 보지 못하며 방글라데시 정국은 교착과 혼돈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군부와 정당들의 상반된 요구로 인해 유누스의 개혁 구상이 제자리걸음 상태라고 보고 있다. 방글라데시 군부는 조기 총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유누스 고문은 과거 매우 폭력적이었던 방글라데시의 선거에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다.
임시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은행 제도 정비 등 경제 개혁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시행까지 최소 수개월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누스 고문은 당초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최근엔 총선이 2026년 6월 실시로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임시정부가 지난해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 혐의와 관련해 하시나 전 총리가 이끌던 아와미연맹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점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BNP와 함께 양대 정당인 아와미 연맹은 당국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회나 선거 참여가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BNP는 "사법절차로 선거가 지연되어서는 안된다"며 "올해 12월까지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생들이 주도하는 국민시민당 등 신생 정당들은 유누스의 개혁안과 아와미 연맹 지도자들에 대한 기소·처벌을 지지하고 있다.
하쉬 판트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 교수는 "유누스 고문이 내세웠던 개혁안들의 결과를 내기 위해 총선을 연기하려는 것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총선이 연기될수록 나라 안의 좌절감은 더 커질 것"이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