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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사회적 약자와 여성의 인권을 둘러싼 민감한 단어가 거론되는데 그 중심에는 두 사람, 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을 둘러싼 반응은, 우리가 얼마나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가치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사실관계를 짚어보자. 이재명 후보의 아들은 음란 댓글 등으로 벌금 500만 원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고, TV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아들의 여성 혐오 표현 중 하나를 방송에서 그대로 반복했다. 이준석은 이 발언이 이재명 아들의 '실제 댓글'임을 강조하며,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공개적인 대선 TV토론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인용 자체는 성적 모욕을 재생산하는 '2차 가해'에 가까웠다.
그런데, 피해자는 누구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이재명 아들이 익명성 뒤에서 저지른 손가락 살인, 즉 여성에게 가한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디지털 성폭력' 이다. 이는 피해여성의 인격과 존엄을 짓밟는 중대한 범죄인데도 이재명이나 아들, 그리고 민주당은 이런 범죄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었다. 오히려 세상에 이 사건을 알린 이준석을 향해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우며 악마화하면서 오히려 여성혐오 댓글의 당사자인 이재명의 아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
물론 이준석은 표현 방식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공적 인물인 이재명의 아들에 대한 검증을 위한 것이기는 하나 성폭력적인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대중 앞에서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 표현은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접한 많은 여성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을 두고 세종시 여성단체 등이 "성평등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며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일부 시민단체가 "정치적 수사로 성폭력 언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규탄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은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나 위원장은 "이준석의 부적절한 인용은 분명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를 비판하려면 먼저 민주당이 이재명 아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번만번 지당한 지적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성폭력 피해자 인권과 여성 문제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고 자부해왔지만, 정작 본인들이 당사자인 사건에서는 침묵모드로 돌변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에도 이재명 대표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가해자 보호에 급급해 오히려 성인지 감수성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사건의 피해자인 여성에 대한 어떤 사과도 반성도 없이 이준석 후보가 그 사건을 상기 시킨 것에 대해서만 공론화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들이 여성에 대해 주장해왔던 것과 너무나 다른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그 발언을 인용한 이준석이, 해당 글을 댓글에 직접 적으며 특정 여성을 성 모욕한 이재명의 아들보다 더 나쁜 짓을 했다고 민주장이 주장하는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성인지 감수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되묻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혐오 표현을 막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혐오 표현을 조장한 사람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더더욱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가해자가 성폭력적인 포현을 한사람이 누구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서 말한 사람이 실제로 행동한 사람보다 더 비난 받아서도 안 된다. 또한, 피해자 관점에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사실들이 정치적 이유로 공론화가 될 때 언어의 정제라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를 지적하려다 동일한 문제를 재생산하는 오류는 피해야 할 실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손가락 살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되새겨야 한다. 키보드 위에서 가볍게 몇 초간 무심코 두드린 단어 하나가, 현실에서 한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아들의 사건은 단순한 댓글이 아닌, 사이버적인 성폭력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침묵으로 묵인하면서 화살을 전혀 다른 곳으로만 돌리는 민주당의 태도는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준석은 부적절한 인용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발언의 원천이 무엇이고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는지는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여성 혐오 프레임'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모든 성적 가해에 대한 공정한 분노와 일관된 원칙이다. 그것이 손가락살인을 방지하고 사이버 성범죄를 예방하며 성 평등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