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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현지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필리핀 상원은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낭독을 이달 11일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사라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지난 2월 하원에서 가결됐고, 사라 부통령의 정치적 '생명'은 이달 시작되는 상원의 최종 판결에 달려 있다. 상원의원 24명의 3분의 2인 1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게 될 경우 사라 부통령은 부통령 해임은 물론 앞으로 평생 공직에 취임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상원 의석이다. 두테르테 가문과 대선 러닝메이트로 정치적 동맹관계를 유지하다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등을 돌리게 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진영이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이 탓에 마르코스 진영과 두테르테 진영 모두 상원 의석을 동수(5석)로 확보한 상태다. 게다가 나머지 상원 2석은 마르코스 진영과 두테르테 진영 모두 탐탁치 않게 여기던 시민사회 중심의 연합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사라 부통령의 탄핵심판은 곧 2028년 대선의 예선전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르코스 대통령 본잉는 헌법상 임기 제한으로 2028년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의 사촌인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사라 부통령은 아버지 두테르테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마르코스 진영 입장에선 적으로 돌아선 사라 부통령이 탄핵돼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이에 실패할 경우 사라 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는 셈이다.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마르코스 진영은 사라 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최소 16표를 확보해야 하지만 사라 부통령은 반대·기권·표결 불출석 등 9표만 확보해도 탄핵을 저지할 수 있다. 사라 부통령은 지난달 17일 "정말로 (탄핵)재판을 원한다. 유혈사태를 원하기 때문"이란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틀 후 두테르테 진영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두 가문의 화해는 요원해보인다.
장 프랑코 필리핀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사라 부통령의 탄핵에 실패하면 결과는 명확하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인식될 것"이라 지적했다. SCMP는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의 치열한 정치 공방 가운데 쌀 가격 인하 등 마르코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이행되지 못하며 필리핀 국민들의 환멸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