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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불교의 지혜·절제 담긴 우리 문화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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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6. 03. 23:25

[인터뷰 만당스님 불교문화사업단장 겸 불갑사 주지]
7~8일 서울서 열리는 사찰음식대축제
국가무형유산 기념 10년 만에 개최돼
전국 장인 한자리… 지역별 특색 선봬
사찰음식에 대해 소개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만당스님. 불교문화사업단은 오는 7~8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사찰음식대축제를 연다. 이 행사에는 사찰음식 장인스님 18인의 특별전시 및 다양한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된다. /박성일 기자 rnopark99@
사찰음식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사찰음식대축제가 오는 7~8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기념해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사찰음식 대축제를 재개했다. 전국 사찰별 다양한 사찰음식이 소개된다. 음식 명상·어린이 사찰음식 미각교육·사찰음식 경연대회 등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인다. 불교의 상생·자비 정신을 실천하는 의미로 관람은 무료다. 또 축제는 쓰레기와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행사로 운영된다. 최근 만난 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영광 불갑사 주지)은 사찰음식대축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찰음식에 대해 "불교의 지혜가 담긴 우리 문화의 정수"라며 한국인이라면 꼭 한번 사찰음식을 체험해 보라고 권했다. 다음은 만당스님과 나눈 대화다.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에 지정됐다. 축하드린다.

"불교문화사업단의 지난 10년의 여정이 열매를 맺었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면서 음식 레시피를 수집하고, 스님들의 구술을 기록했으며, 사찰마다 다른 조리법과 철학을 체계화하는 데 힘썼다. 이번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불자뿐 아니라 국민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셔서 이뤄낸 성과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사찰음식은 수행과 공동체 삶 속에서 다듬어져 온 한국불교의 지혜이자 생명과 자비, 절제의 철학이 녹아 있는 정신문화다. 사찰음식은 각 지역의 계절 음식과 절기 변화에 따른 식재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어찌 보면 가장 한국적인 음식인 셈이다."



-이번 제4회 사찰음식대축제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행사다.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기념해 다시 사찰음식과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알리는 자리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찰음식을 체험하고 맛볼 기회다. 사찰음식의 가치는 축제 주제인 '한 그릇에 생명을 담다'에 잘 표현됐다. 사찰음식의 원형과 발전 과정, 사업단과 함께한 사찰음식 발자취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찰음식 장인스님 18인의 특별전시, 사찰음식 특화사찰 8곳(금수암·동화사·백양사·법룡사·봉녕사·수도사·영선사·진관사)과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 중 사찰음식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3곳(광제사·능가사·전등사)의 부스가 각각 마련됐다. 특히 사찰음식 명장 스님 6명을 초대해 진행하는 강연과 토크 콘서트는 사찰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찰마다 사찰음식 전통이 다르다고 들었다. 스님이 소속된 백양사는 어떤가.

"전남 장성 백양사는 발효장(된장·간장·고추장) 사용 비중이 다른 사찰보다 높다. 매실·감·솔잎·오디 등 다양한 재료로 담근 효소를 조리에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자생 차(茶) 산지로 유구한 차 문화가 내려오고 있다. '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에 각 지역 특산품이 나오는데 차 산지 10곳 중 하나가 백양사 말사이자 제가 주지로 있는 전남 영광 불갑사다. 영광 법성포는 삼국시대부터 남중국과 연결된 교역로였다. 저장성 항저우·닝파, 복건성하고 뱃길로 연결됐다. 아마 차나무씨가 이 루트를 통해 전해져 장성과 지리산 일대 등에 자생 차 군락지가 발생한 것 같다. 지금도 장성 일대의 산을 찾아보면 차나무 군락지가 있는 곳이 있다. 모두 옛 절터로 다례재 등을 위해 사찰이 있는 산에 심은 차나무들로 추정된다. 조선 철종 이후 삼정이 문란해지면서 가혹한 공납 요구에 스님들이 사찰을 떠난 탓에 차나무만 남은 것이다. 자생 차는 재배 차와 달리 뿌리가 수직으로 깊이 내려가고 오래 산다. 불교와 함께 삼국시대에 전해진 차나무도 이 땅에 정착해 토착종이 된 것이다."



-차 이야기를 하셨는데 불갑사도 전통 차가 유명하다고 들었다. 소개를 해주신다면.

"불갑사에서 만드는 약전차(藥錢茶)가 대표적이다. 지방에서 올리던 공물을 기록한 세종실록지리지의 토공(土貢)란에 '영광의 작설차'로 표기된 것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원래 왕에게 올린 진상품이었다. 불갑사가 자리 잡은 불갑산과 장성 옛 절터에 있는 야생차 찻잎으로 따서 떡차로 만든 뒤, 정향 등 여러 한방재료를 혼합·발효시켜 만든다. 음식과 수행을 접목한 사찰음식에서 이러한 선차(禪茶)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불갑사만 해도 중국 동진(東晉)에서 활동하던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로 넘어와서 최초로 창건한 사찰이다. 고려 말 각진국사(覺眞國師) 당시에는 수백 명의 승려가 머물렀고 40여 동의 가람과 31개의 암자가 있을 정도로 큰 절이었다. 당연히 불갑사 일대에 차 문화 또한 번성했다고 봐야 맞다."

-사찰음식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수년간 체계적인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전국 사찰의 조리 문화를 정리해 기록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조리 교육기관 및 문화원과의 협력을 통해 다국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국제학술세미나와 체험행사를 지속하며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향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사찰음식은 단순한 전통음식을 넘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식생활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사찰음식대축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말씀 해달라.

"다양한 사찰음식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보기 드문 행사다.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행사장에서 다 만날 수 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를 알고 싶고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다면 이번 축제에 오시라. 이 행사를 통해 누구나 부처님의 마음·수행자의 마음을 잠깐이라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자연과 조화된 맛이 담긴 사찰음식을 접해보시라."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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