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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잠재성장률 0% 시대와 이재명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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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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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장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에게 '잠재성장률 0% 시대'는 가슴 아프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10%대에 도달해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샀던 한국인에게 0%라는 수치의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이 수치는 '고성장'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성장 시대 때 서로 독려하면서 밤을 낮 삼아 일했던 우리의 모습도 이제는 과거지사가 됐음을 뜻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8%, 내년 1.6%를 나타낸 뒤 2031~2040년 연평균 0%대로 떨어질 거라는 분석을 내놓은 데 이어 한국은행은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가 성장률과 실질금리, 금융기관 건전성을 떨어트려 통화정책을 추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탄탄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촘촘한 사회안전망 위에서 건강히 지내면서 장수의 길을 걷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고령화가 지속되면 노동력이 감소하게 되고 그런 현상이 이어지면 성장 기반 약화, 실질금리 하락, 금융 안정성 저하라는 삼중고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를 이끌 산업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경제가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한 노동시장 개선, 출산율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 생산성 향상, 신수종(新樹種) 사업 발굴 등 구조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잠재성장률 0%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인지 경제 주체 모두가 고심해야 한다. 고령화시대를 어쩔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노동 생산성을 대폭 높이고 산업을 다변화하면서 경쟁 우위 업종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전략적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사회적 갈등 야기 없이 대다수 국민이 만족하는 대책을 마련해 내야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을 통해 AI, 산업 혁신, 재생에너지, 지역주도 성장, 주식시장 활성화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금융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AI 민간 투자를 100조원까지 끌어올리고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고성능 GPU 5만개 이상을 확보하고 AI 산업 적용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AI 기반 전략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AI를 둘러싼 작금의 글로벌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에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대만 정부, TSMC와 함께 대만 최초의 대형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해 대만의 AI 인프라와 생태계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이 세계를 위한 슈퍼컴퓨터와 그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대만을 위한 AI 슈퍼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수시로 대만을 위협해 자기 영토에 편입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안한 나라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타이베이 북부 베이터우 지역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결심한 것은 의외다.

AI는 세계 각국의 신수종 사업이 됐다. 신수종 사업은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만한, 새로 육성할 사업을 말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TSMC 같은 부품 생산 공장에서 더 나아가 AI 주도 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금 뒤처지면 그 추락 속도는 예상 밖으로 빠를 수 있다.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의 '2024년 글로벌 AI 지수'에서는 우리나라가 총점 27점으로 세계 6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의 100, 중국의 54에 비해서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가히 AI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패권에서 살아남는 길은 기술력 개발과 인재 육성이다. 의대 쏠림 현상을 누그러뜨려 IT 등 이공계열에 인재가 몰리도록 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우리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반도체, 방위산업, 조선, K-컬처 등 분야의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등을 신속히 정비해 나가야 할 때다.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서 주주 환원 강화, 디지털 자산 활성화 등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계엄선포와 탄핵으로 마무리된 윤석열 정부 추진 경제정책에서 폐지해야 할 것은 과감히 철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장률 진작, 국가경쟁력 제고 등을 달성하도록 애쓰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시급한 과제다. 잠재성장률 추락은 실업률 상승 등 사회문제를 낳는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일자리 창출이 물 건너가게 된다. 노동시장 신규 진입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경제가 선순환되지 못하면 사회 불안이 확산하기 마련이다. 그런 미래 모습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순발력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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