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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크메르타임스·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캄보디아와 태국이 회담을 통해 합의에 도달했다"며 "긴장을 완화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경의 특정 지역에 있는 군 병력의 위치를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캄보디아와 태국 군 모두 이번 국경분쟁으로 인한 충돌 전 위치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군 역시 분쟁지역에 파놓은 참호를 메우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정부는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병력이 이동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은 "심각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선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병력 배치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캄보디아·태국 국민 모두 갈등이 아닌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정부 관계자부터 현지 군 장교까지 여러 직급에서 논의가 진행돼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30년 넘게 캄보디아 총리를 지낸 훈센 상원의장은 훈마넷 현 캄보디아 총리의 아버지이자 탁신 친나왓 전 태국총리와도 가깝다. 태국의 현 총리는 탁신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다.
방콕포스트는 "이번 합의는 태국이 7일 저녁 캄보디아와의 국경 통행을 제한하기 시작한 지 하루만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태국이 지난 7일 태국~캄보디아 국경 중 가장 인적 왕래가 활발한 태국 사케오주와 캄보디아 포이펫 사이 국경 검문소를 조기에 폐쇄하며 양국을 오가던 대형 트럭과 캄보디아 상인과 태국인 관광객 등 수 천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태국 외교부는 다음날 캄보디아군이 분쟁 지역에 접근하지 않기로 한 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4단계 국경 조치의 일환으로 국경 봉쇄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태국은 지난 주말 태국~캄보디아 국경 10개 검문소의 운영시간을 기존 오전 6시~오후 10시에서 오전 8시~오후 4시로 단축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태국 북동부 우본라차타니주 남위안 지역 국경지대에선 태국군과 캄보디아군 사이의 소규모 총격적이 약 10분간 벌어지며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했다. 이후 양국은 '신중한 대화'를 약속했지만 캄보디아측이 국경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에 태국은 ICJ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양자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 맞서며 갈등이 지속됐다. 캄보디아와 태국에선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돼 정부 지도자들이 나서서 민족적 증오 조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두 국가의 갈등 고조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도 양국에 긴장 완화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번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캄보디아에선 아세안에 중재를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캄보디아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면서 표시된 국경 지도의 해석 차이로 인해 100년 넘게 817㎞에 달하는 국경을 따라 여러 지점에서 주권 다툼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2008년에는 11세기 고대 힌두 사원인 프레아 비히어 사원의 영유권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수 년에 걸쳐 소규모 전투가 이어졌다. 급기야 2011년에는 일주일간 포격이 이어지며 12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