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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극장가, 30년전 영화여도 화장만 새로 하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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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6. 10. 14:36

17일 '클리프 행어' 시작으로 '네이키드 런치' '델마와 루이스' 개봉
선명한 화질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 손짓
그러나 극장용 신작들이 부족하다는 걸 업계가 스스로 고백하는 꼴
클리프 행어
오는 17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32년만에 재개봉하는 '클리프 행어'는 실베스터 스탤론(위)이 제작과 주연을 겸한 산악 액션물의 고전이다./제공=판씨네마
1990년대 초반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문제작들이 한결 깨끗해진 화질로 회춘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이들 작품과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중장년층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극장가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산악 액션물의 고전 '클리프 행어'가 오는 17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온다. 1980~1990년대를 주름잡은 근육질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제작과 주연을 맡고 '다이하드 2' '딥 블루 씨'의 레니 할린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산악 구조 대원이 1억 달러가 담긴 돈 가방 3개를 되찾으려는 국제 범죄단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3년 첫 국내 개봉 당시 110만명을 동원해 그해 전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등 전 세계에서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원) 이상을 쓸어담았다. 이와 함께 작품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제6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상과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네이키드 런치
제작된지 무려 34년만인 오는 25일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나는 '네이키드 런치'는 '로보캅'으로 낯익은 피터 웰러(왼쪽)가 살충제에 중독된 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주인공 '윌리엄 리'를 호연한 컬트 수작이다./제공=앳나인필름
1990년대 초반 컬트와 페미니즘 영화를 각각 대표하는 '네이키드 런치'와 '델마와 루이스'는 각각 오는 25일과 다음달에 역시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다.

보디 호러의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연출 지휘봉을 잡은 '네이키드 런치'는 1991년 제56회 뉴욕비평가협회상과 제26회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각본상을 모두 거머쥐고 여우조연상(뉴욕)과 감독상(전미)을 받은 수작이다. 그러나 난해한 줄거리와 기괴한 표현 방식 탓에 제작된 지 무려 34년만에 국내 극장 상영이 처음 성사됐다. '로보캅'으로 낯익은 피터 웰러가 살충제에 중독된 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주인공 '윌리엄 리'를 호연했다.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델마와 루이스'는 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 종업원 '루이스'(수전 서랜든)의 여정을 여성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1991년작이다. 지금도 페미니즘 영화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는 걸작중의 걸작이다.

이처럼 30여 년전 작품들의 개봉이 무더기로 이뤄지고 있는 배경에는 불황을 이겨내려는 극장가의 고육지책이 깔려있다. 픽셀 수가 많아 2K(2048X1080)보다 4배나 더 화질이 선명한 4K(4096X2160)로 개선하는 비용만 들이면 별다른 홍보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일례로 제작 3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5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쇼생크 탈출'은 6만명 가까이 불러모아 웬만한 신작들의 관객수를 앞섰다.

한 외화 수입사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화제작들의 경우, 40대 이상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20~30대 이하에게는 신작이나 다름없는데다. 또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극장 상영에 안성맞춤"이라면서도 "하지만 극장에 걸 만한 신작들이 없다는 걸 업계가 스스로 고백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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