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수송선 건조 등 경험 풍부
호주 등 방산시장 접근성 확대
기술 향상·현지생산 요구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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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회사는 오스탈 지분 확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았다. 현재 한화는 호주 HAA를 통해 오스탈의 9.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승인을 계기로 최대 19.8%까지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에도 오스탈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했던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오스탈 이사회 등에서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무산됐다. 당시 오스탈 경영진은 실사 수수료 납부, 당국 승인 불가시 수수료 반환 불가 등의 비합리적인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호주 당국의 승인이 남았으나 이번에 미국에서 100%까지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승인하며 한화의 글로벌 파트너십에 대해 인정받은 만큼, 호주 당국도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스탈은 호주 국방부 및 미 해군과 연계된 방산 함정 전문 조선소로,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LCS), 고속수송선(EPF) 등을 건조해온 경험이 있다. 한화가 이 회사의 지분을 20% 가까이 확보할 경우, 대주주로서 호주 및 미국 시장 내 해군 방산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성과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영 참여 등도 고려하고 있으나, 만약 경영참여가 아니더라도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 추진은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해 온 현지 생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포석이다. 단일 공장 중심의 전통적인 수출 모델을 넘어, 각국의 군수 정책과 지정학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방산 부문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 걸쳐 생산거점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미국 내 필리조선소를 운영하고 있고, 폴란드에서는 현지 조선소인 나우타와 협력해 대형 함정 수주에 대비하고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호주 H-ACE 공장, 루마니아 K9 자주포 생산공장등을 짓고 있고, 미국에는 탄약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 회사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중이며, 폴란드 WB그룹과의 협력 JV 등 세계 각지에 무기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추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규모 유상증자 또한 이러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행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약 2조9188억원 중 1조3000억원을 해외 방산 생산능력 구축에 활용하고, 지분투자 및 합작사 확보에도 약 9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탈 인수는 미 해군 및 동맹국이 요구하는 고속 수송능력, 연안 작전 능력을 갖춘 함정 개발 경험을 보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민군 겸용 기술력과 고속 알루미늄 함정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오세아니아 등 동맹국 방산 시장은 무기 도입의 기술이전 및 현지 생산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단순 수출보다는 JV 및 지분투자를 통한 '내부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번 미국 정부의 승인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한화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의 행보는 단순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과 공급망 자립이라는 전략적 판단과도 맞물린다. 한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군비 수요 증가, 미·중 전략경쟁 심화 등을 글로벌 방산 질서 재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유럽에서는 동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K9 자주포·천무 다연장로켓 등 현지 생산체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 사우디 등에서도 현지 맞춤형 생산시설 구축을 지속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는 기술 중심의 글로벌 방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승인을 계기로 한화는 동맹국과의 신뢰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방산 생태계 내에서의 위상 또한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