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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5억년을 살아온 ‘쇠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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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12. 17:50

(40) 쇠뜨기 그림
쇠뜨기 그림
요즘 시골마을 대동리는 '풀들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특히 우리집은 손바닥만 한 꽃밭들이 여기저기 있어 관리를 위해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돌보는 시간이 몇곱절은 더 들어간다.

아내는 며칠째 장독대 바닥에 난 풀 제거로 기진맥진이다. 15년 전부터 파주 장단콩으로 된장을 담가 장독에서 익히고 있는데, 최근 '쇠뜨기'가 장독대를 온통 덮어버린 것이다. 아내는 풀이 못 자라게 장독대 바닥에 자갈을 두껍게 깔아 몇 년간 효과를 보아 흐뭇해했던 터였다. 쇠뜨기의 습격에 단단히 화가 난 아내는 박멸 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항복 선언을 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이다. 뽑다가 줄기가 끊어지고, 용케 뿌리를 잡아채면 영락없이 뿌리 중간이 잘린 채 끌려 나온다.

다른 풀은 두꺼운 자갈밭에서 자랄 엄두를 못 내는데 쇠뜨기는 어떻게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할까? 그 이유는 쇠뜨기의 뿌리가 땅속 1미터 깊이까지 퍼져 생존하면서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쇠뜨기는 공룡이 활약한 중생대 이전인 고생대부터 존재한 원시식물이다. 그러니까 5억년 전부터 이 지구상에 존재한 잡초 중의 왕잡초라 할 것이다. 이렇게 생명력 강한 쇠뜨기의 효능이 평범할 리 없다. 예전부터 민간에서 다양한 용도의 약재로 사용하였으며, 최근에는 면역이나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쇠뜨기를 건강식으로 즐겨 먹기도 한다.

어린 줄기를 조려 먹거나 장아찌를 담그기도 하고,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신통한 쇠뜨기이건만 우리집에선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마음이 개운치 않다. 내년부터는 아내를 잘 구슬러 쇠뜨기와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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