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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야생동물, 바라봐주는 아름다운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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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12. 11:23

이수연 국장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
서울 전역은 지금 '정원도시 서울'을 향한 가드닝으로 분주하다. 최근 보라매공원에서는 국제정원박람회가 한창인데, 그중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는 대표정원 중의 하나가 너구리를 테마로 한 정원으로, 귀여운 너구리의 이미지만큼이나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너구리는 복슬복슬한 털에 검은 눈자위와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 너구리를 서울 도심에서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늘고 있다.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너구리 구조 건수는 2023년 78건에서 2024년 117건으로 급증했다.

왜 서울에 너구리 출몰이 점점 늘어나는 걸까? 너구리는 환경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잡식성 동물로 한 번에 6~8마리의 새끼를 낳는 데다 뚜렷한 천적이 없고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오소리의 수도 적어 개체 수 감소 요인이 거의 없어 지속 증가하고 있다. 너구리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서울의 생태 환경이 과거보다 좋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야생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까? 라는 고민을 갖게 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너구리를 반려동물처럼 여겨 먹이를 주고 만지려 하기도 하고, 두려움 없이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행동으로 어느 순간 야생동물로서의 공격성을 드러낼 수도 있고,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게 되면, 사람과의 접촉 기회가 많아져 물림 사고 발생 우려와 서식 밀도 증가로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너구리는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매개체다. 서울은 2006년 너구리에서 광견병이 발병된 이후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매년 봄, 가을에 걸쳐 미끼 백신을 살포하고 있지만, 그래도 야생동물을 통한 전염병은 늘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 선진 도시들은 이런 문제를 경험해오며 공존의 원칙을 제도로 세워두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5000싱가포르달러(약 5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접근하다 사고를 당해도 그 피해는 전적으로 개인의 과실로 간주된다. 이런 명확한 책임 원칙이 사람과 야생동물의 경계를 지키는 중요한 장치이다. 야생동물과의 거리 지킴은 공존을 위한 기본 질서이자 대전제인 것이다

서울에서도 야생동물과의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형성과 행동 원칙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에게 먹이 주기 않기,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자극하지 않기이다. 너구리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는 습성이 있어 봉투를 밀봉해 정해진 시간에 배출하고, 인위적 먹이 주기 금지와 길고양이 급식소 등의 먹이원 관리가 중요하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작지만 중요한 공존을 위한 책임이다.

서울은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의 와중에 도심과 자연의 경계가 점점 가까워지며 서울에서 야생동물을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어느덧 우리 곁까지 와 있는 야생동물을 우리는 자연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생명 공동체로 바라보며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우리가 그저 바라보고 응원하는 것이 먹이를 주어 가까이 부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공존이다. 서울시가 지향하는 '정원도시 서울'은 사람과 식물, 야생동물 간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공존할 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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