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기억하는 민족의 서사
전통과 현대, 역사와 현재를 잇는 창작음악극
후암스테이지에서 18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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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 노래가, 이번엔 무대 위에서 과거의 시간을 소환한다. 제1회 보훈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음악극 '보훈의 노래1: 아리랑'이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후암스테이지에서 관객과 만난다. 극단 인자와 우리소리예술단, 아트컴퍼니 몸&틈이 공동 제작한 이번 공연은 '보훈의 노래' 연작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아리랑에 담긴 역사적 기억과 민족적 정서를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아리랑은 시대를 초월한 민족의 노래이자, 억압과 투쟁, 망명과 귀향의 정서를 담은 상징적인 선율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울분과 항거의 정서를 품은 저항의 노래로 불렸고, 광복 이후에는 고향을 잃은 디아스포라들에게는 조국과 공동체를 떠올리는 그리움의 상징이 되었다. 이번 공연은 그 아리랑의 정서와 이야기를 인물과 상황, 소리와 몸짓을 통해 다층적으로 풀어간다.
작품은 경기소리 유튜버 '아리'와 여행 유튜버 '쓰리'의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태어난 존재 '아라리'는 도창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고, 세 인물은 아리랑에 얽힌 시간과 사람들의 삶을 따라 여정을 이어간다. 위안부 피해자 순이, 나운규의 영화 속 민중, 광복군과 독립군 등 다양한 인물의 서사가 아리랑 선율과 함께 엮이며 무대에 펼쳐진다. 관객들은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며, 단순한 역사적 설명을 넘어서 감정과 공감의 층위를 따라 아리랑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된다. 민족의 비극과 희망이 동시에 담긴 아리랑은 이 공연에서 단지 노래가 아닌, 기억과 추모, 다짐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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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김상철은 대금, 바이올린,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통해 공연의 음악적 깊이를 이끌어낸다. 안창섭, 문경환(Kelvin), 강성우 등 각 악기의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라이브 무대는 아리랑의 멜로디를 새로운 감성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실연(實演)으로 이루어지는 음악은 공연 전체의 정서를 직조하며, 각 장면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견인한다. 또한 신선익 안무감독은 '아리랑 영혼' 역으로 무대에 직접 등장하며, 움직임을 통해 전통의 한과 예술적 서정을 시각화한다. 그의 안무는 무언의 감정을 전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정서를 몸짓으로 드러내며, 무대의 또 다른 언어가 된다.
작품의 전개는 단지 과거의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관객이 아리랑의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인물을 매개로 삼아 전통과 현재를 잇는 서사는 젊은 세대의 관객들에게도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듣고 자라온 민요로서의 아리랑이 아닌, 다큐멘터리이자 연극, 그리고 음악극으로 재해석된 아리랑은 보다 깊이 있는 감각으로 다가온다. 나아가 '보훈'이라는 주제를 보다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는 과거의 공간을 재현하면서도 환상과 상징의 층위를 아우른다. 무대감독 이상훈, 조명감독 박성민, 음향감독 김동일이 함께 참여해 시대적 사실성과 연극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이들의 협업은 공연 전체의 몰입도를 높이고, 관객이 마주하게 될 무대 풍경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번 공연은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진행된다. 공연 시간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은 오후 3시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후암스테이지다. 보훈연극제의 취지에 걸맞게, 이번 작품은 보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6월이라는 시기와도 맞물려 더욱 특별한 무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보훈의 노래1: 아리랑'은 민족의 고통과 연대, 저항과 희망이 담긴 노래 '아리랑'을 통해, 무대 위에서 또 다른 기억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객들은 이 공연을 통해, 익숙한 선율 너머에 자리한 낯익고도 낯선 이야기들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예술, 그리고 공동체적 기억이 만나는 이 무대는,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에 조용히 다가가는 시도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