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앙부일구' 기획전, 9월까지 진행
'미디어 아트월' 등 체험형 콘텐츠도 다양
오경태 관장 "학술 거점될 수 있도록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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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일대에 위치한 국립농업박물관. 이곳에서는 지난 13일부터 올해 상반기 기획전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9월14일까지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앙부일구는 세종대왕 즉위 16년(1434년)에 만들어진 해시계로 꽃봉오리 모양의 영침에 드리운 그림자를 절기선과 시각선 등 눈금으로 읽어 시각과 절기를 파악한 도구다. 그간 중국에 맞춰져 있던 시간의 개념을 우리 땅에 맞춘 24절기로 재정립, 농사 편의성을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기획전은 △프롤로그 △1부 '하늘을 보다' △2부 '하늘에 물어보다' △3부 '하늘을 읽다' △에필로그 등 순서 진행된다. 관람객이 주제에 맞게 마련된 공간을 지나며 조선시대 농업을 상상하고, 당시 영향을 준 과학기술을 확인하도록 한다.
프롤로그 공간에 들어서자 좌측 벽면에는 별자리가, 우측에는 하늘에 수놓은 별을 형상화한 '인터렉티브 미디어 영상'이 기획전 시작을 알렸다. 당시 우리 선조들은 별자리를 통해 시간과 계절을 파악했고, 그때그때 농사에 필요한 조치를 통해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려 했다. 사람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지는 별무리가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공간에는 벼·콩·밀 등 8가지 곡식이 표시된 '팔곡성'이 바닥에 빛을 내고 있었다. 팔곡성은 여덟 종류 곡식을 상징한 별자리를 말한다.
추가영 농업박물관 전시팀장은 "해당 별자리가 밝게 빛나면 여덟 곡물이 잘 익고, 어두우면 잘 익지 않는다는 과거 천문사상에서 비롯됐다"며 "천장 조명 등 장치에서 내려온 글자를 손으로 담는 체험도 할 수 있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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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학예사는 "별자리를 표현했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별자리는 우리 조상들이 시간을 알고, 농사의 때를 확인하는 기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2부 공간은 해가 가장 높이 떴을 때를 형상화해 푸른색으로 컨셉을 맞췄다. 앙부일구는 이곳에 본격 전시돼 있다. 태양이 가장 높이 뜬 정오 무렵은 앙부일구가 가장 정확하게 기능하는 시간대를 상징한다.
기획전 핵심 공간은 별도 방으로 마련된 앙부일구 미디어 아트월이다. 앙부일구 영침에 드리운 그림자 길이에 맞춰 변하는 시간과 계절을 표현, 당시 우리 선조들의 생활을 회화형식으로 전달했다. 어두운 공간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아트월은 기획전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과거로 잠시 시간여행을 하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아트월을 나오면 농업박물관에서 보유 중인 앙부일구가 전시돼 있다. 박물관 보유 앙부일구는 현재 국내에 보물로 지정된 앙부일구 9점과 달리 다리가 3개로 구성돼 있다. 영침도 3줄로 돼 있다.
해당 앙부일구는 과거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알려진 서울 송파구 소재 '석파정'에 위치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박물관은 해당 앙부일구 위치와 역사적 중요성 등 고증을 거쳐 경기도 문화재로 우선 지정한 뒤 국가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획전과 별도로 농업박물관은 상설 전시도 진행 중이다. '내일의 농업'을 주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 농업의 변화와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를 전달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농업의 발전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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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규 농업박물관 미래농업실장은 "농진청은 과거 우리나라 식량난을 해결했던 '통일벼' 품종 개발에 성공하는 등 근대 농업 정책을 이끌었다"며 "농진청이 있던 이곳이 근대 농업의 발상지인 만큼 농업박물관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농업박물관은 약 2만평(6만4000㎡) 부지에 전시동, 식물원, 교육동, 체험존 등이 마련돼 있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식물원과 전시·체험존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물 1점을 비롯해 유물 1만50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농업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누적 관람객은 130만 명을 웃돌았다. 한 주에 약 1만 명 이상 방문하는 셈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를 이루며 농업 관련 단체도 행사 등으로 박물관을 찾고 있다.
야외에 마련된 논·밭·과수원 등 체험존은 방문객들이 모내기 체험을 통해 심어둔 벼를 비롯해 직원들이 관리하는 사과나무, 대파, 당근, 감자 등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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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물관은 학술적으로 다룬 유물을 전시하기 때문에 (전시회는) 한 편의 연구 논문과 같다"며 "유물 관리, 학술, 전시, 연구 등 4가지 기능을 해야 하는데 현재 자료실이 없어 학술 기능이 떨어진다. 인력 확보와 기능 강화를 위해 추가 예산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물관의 첫 번째 기능은 국민들에게 농업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알리고 확산하는 것"이라며 "(농업박물관은) 식물원, 체험장이 있는 유일한 박물관인 만큼 농식품부 정책과 연계해 농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