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 "철학 개념 피상적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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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철학 과목 시험이 치러졌다. 바칼로레아는 대학 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으로 한국의 수능 시험 격이다.
해당 시험 과목으로는 철학·문학·수학·과학 등이 있다. 철학은 모든 계열 학생이 치르는 필수 과목이다. 매년 이 과목에서 제시된 주제는 이슈가 된다.
철학 시험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진행됐다. 4시간 동안 3개 항목 중 1개를 선택해 답변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2개 항목에서는 논술형 주제로 철학적 질문에 대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답변을 작성해야 하며, 나머지 1개에서는 제시문을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올해 철학 과목에서 논술형 답변을 요구하는 두 문항의 주제는 '행복은 이성이 결정하는 문제인가', '법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였다.
제시된 구문은 프랑스 철학자인 미셸 드 몽테뉴가 16세기 후반에 쓴 대표적인 철학 에세이집 '레 세'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다. 해당 저서는 근대 에세이 장르의 시작으로 간주되며, 몽테뉴의 자기 성찰, 인간 본성 탐구, 회의주의적 철학을 담고 있다.
현지매체 BFM 비즈니스는 이날 치러진 시험의 예상 문제를 AI인 챗GPT와 르샤에 풀어보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2022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사의 르샤는 지난해 말 출시됐다.
철학 시험 풀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르샤는 에세이를 작성해 달라는 요구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BFM 비지니스는 두 AI 서비스를 통해 작성된 논술형 답변을 현직 고교 철학 교사가 채점한 내용을 소개했다.
오본 지역 교사인 질 베르비쉬는 "AI가 작성한 두 에세이 모두 평균 이하 점수를 줬다"며 "챗GPT는 20점 만점에 9점"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두 에세이 모두 철학적 깊이가 얕고, 피상적으로 철학 개념을 인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