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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베트남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 베트남 측에 중국 기술·부품 사용을 줄일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신에 "중국 첨단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는 공급망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결과적으론 미국의 중국 부품 의존도를 줄이게 되는 것"이라 밝혔다.
베트남에는 삼성·애플 등 세계적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생산기지가 있다. 구글과 메타 등도 베트남을 통해 가상현실(VR) 기기·스마트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이나 부품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VR기기를 예시로 들며 베트남에서 조립되는 제품이 중국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의 첨단기술에서 탈동조화(디커플링)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베트남의 산업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 설명했다. 통신은 다만 미국이 중국산 부품 비율에 상한선을 제안했는지, 중국산 부품 비중에 따라 관세율을 다르게 적용할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은 미국이 베트남에 보다 광범위한 '탈중국화'를 요구 해왔지만, 특히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중국 기술 비중 축소를 핵심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에 베트남도 부품 국산화를 위해 현지 기업들과 논의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기업들도 협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문제라며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변화가 사업을 파괴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구축한 선진적인 공급망과 규모의 경제에서 따라오는 저렴한 가격을 따라잡기가 아직은 어려운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움직임이 중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다 주요 투자국인 동시에 정치·군사·안보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을 통한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문제도 지적하며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베트남 당국 역시 불법환적·무역사기 등의 단속에 나선 상태다. 베트남과 미국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3차 무역협상을 가졌다. 베트남 외교부는 "진전을 이뤘지만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 가운데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이달 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담에선 관세·공급망 전환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