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홀 걷다 보니 한 게임하면 만보는 거뜬히
함께 즐기며 사회적 네트워킹…고립감 해소
조성명 "생활체육공간 다양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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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가 조성한 서울 최대 규모의 탄천파크골프장이 시니어들의 새로운 생활체육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사회적 네트워킹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곡동 일대 2만 4552㎡ 부지에 27홀 규모로 조성된 탄천파크골프장은 지난해 6월 개장 이후 현재까지 3만 1820명이 이용했다. 특히 시니어층의 반응이 뜨거워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지난 17일 찾아간 탄천파크골프장은 A·B·C코스로 나뉘어 각각 파3~파5로 구성됐다. 처음 접해 본 파크골프 장비는 단출했다. 전용 클럽 1개와 공 1개가 전부다. 골프와 달리 클럽은 하나만 사용하고, 공도 플라스틱 재질이라 안전했다.
비교적 평지인 C코스에서 첫 홀 체험을 시작했다. 약 30미터 거리의 홀컵을 향해 공을 굴렸지만, 초보자의 첫 샷은 막연한 떨림에 제대로 치지도 못해 공은 얼마 못 가 멈춰버렸다. 홀 근처에서는 약하게 '갖다 댄다는' 느낌으로 공을 끝까지 보며 밀어넣어야 하는데, 홀컵만 보고 치다 그만 지나쳐버렸다.
옆에서 함께 플레이하던 권오승 강남파크골프협회 부회장은 "처음엔 힘 조절이 어렵다"며 "골프와 달리 공을 띄우는 게 아니라 굴려야 하고, 멀리 있는 홀일 때는 세게 보낸다는 생각으로 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30년간 골프를 쳐 온 베테랑 권 부회장은 은퇴 후 아내를 따라 파크골프에 입문했다. 그는 처음엔 회의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권 후보장은 "골프보다 게임이 단순하고 넓지 않아서 시시하게 느껴졌는데, 할수록 골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이 발견한 파크골프의 가장 큰 장점은 운동량이다. 9홀을 전체 걸어서 도는 파크골프는 한 게임에 거의 만보 가까이 걷게 된다. 골프처럼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모든 코스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파크골프의 진짜 매력은 바로 사회적 네트워킹이다. 그는 "운동 자체보다도 모여서 웃고 수다 떨고 노니까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에도 더 좋다"며 "솔직히 은퇴 후 나이가 들면 어디 가기가 애매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노년층이 겪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지적했다. "점점 고립되는 게 노인들 인생인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운동을 하니 훨씬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노부부들이 함께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는 "파크골프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나 노부부들이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돼 서로 간 네트워크도 되고 운동도 되고 부부 사이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효과에 강남구는 2018년부터 주민들의 파크골프장 조성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조성명 구청장 취임 후 민선 8기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체육과'를 신설하고 파크골프장 조성에 집중 투자했다. 하지만 도심 내 대규모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는 성남시와 공군의 협조를 얻어 인접 부지와 비행안전구역 활용 허가를 받아내며 난관을 돌파했다.
구는 야외 파크골프장과 함께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 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년 된 도곡경로당을 리모델링해 '매봉시니어센터 파크골프아카데미'를 개관했다. 이는 서울시 최초로 경로당에 스크린 파크골프 시설을 설치한 사례다. 향후 문화센터 및 경로당 7곳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또 파크골프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 5월에는 조부모·부모·손주 등 3대가 함께하는 가족 파크골프대회를 열기도 했다. 시니어 대회는 연 2회로 확대 운영 중이며, 구청장배, 협회장기 등 정례 대회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생활체육과를 신설해 파크골프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결과, 탄천파크골프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구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파크골프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체육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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