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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HLE Win!” e스포츠로 베트남 MZ 사로잡은 한화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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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6.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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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한화생명e스포츠(HLE) 글로벌 팬 페스트 인 베트남 행사의 모습/호치민시 정리나 특파원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한화생명 화이팅! 응원해! 사랑해!" 18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한화생명 e스포츠(HLE) 글로벌 팬 페스트 인 베트남' 행사 취재를 위해 찾은 떤빈체육관. 행사장 뒷편으로 들어가는 기자들을 팀 관계자로 착각한 베트남 현지팬들은 일사불란하게 미리 준비한 구호 외쳤다. 행사표를 구하진 못했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선수들을 보고 응원하겠다며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제우스(최우제)·피넛(한왕호)·제카(김건우)·바이퍼(박도현)·딜라이트(유환중) 등 HLE 선수들이 무대에 등장하자 열광하는 팬들의 함성에 귀가 먹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자리 동료 기자의 스마트워치에선 "소음레벨이 95dB에 다다랐다"는 안내메시지가 떴다. 말로만 듣던 HLE 베트남 팬덤의 열정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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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E 선수들을 보기 위해 행사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베트남 현지 팬들의 모습/호치민시 정리나 특파원
◇ 예매 시작 4분만에 '매진'…HLE에 환호하는 베트남
HLE 팬 페스트 인 베트남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2회차를 맞이했다. 추첨을 통해 1500명의 팬을 선발한 지난해 행사에는 1만 명 이상이 몰렸다. 올해 팬 페스트 행사는 티켓 판매로 2500명을 모집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티켓 가격은 10만동(약 5000원)~40만동(약 2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됐다. 지난해보다 1000명 더 모집했지만 티켓은 예매 시작 4분만에 매진 됐다.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40만동짜리 로얄석 티켓은 암표 시장에서 5~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노이에서 온 A(27)씨는 "티켓팅에 실패해 웃돈을 좀 더 주고 표를 구했다"며 "좋아하는 선수들을 베트남에서 직접 볼 수 있는데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베트남 팬들은 행사장 앞에서 자체 제작한 응원봉과 각종 굿즈들을 서로 교환하거나 나누기도 했다. 33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바람막이 자켓을 챙겨 입고 행사를 기다렸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사로잡았을까? 팬들은 HLE의 서사가 어우러진 막강한 전력을 꼽았다. 린(28)씨는 "피넛이 HLE로 이적하며 이런저런 말들이 돌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뜨거운 열정을 보이며 팀과 함께 챔피언 컵(2025 LCK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함께 행복했다"고 말했다.

마이(23)씨도 "바이퍼 선수가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불평불만 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동경하게 됐다. 이미 (다른 리그에서) 월즈(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음에도, 끊임없이 노력해 HLE에 와서 첫 LCK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 정말 멋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HLE가 전력도 강하지만 선수들을 챙기는 코치진과 스태프들의 모습, 그들과의 이야기가 팬들에게도 큰 재미이자 감동"이라고 덧붙였다.

피넛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베트남팬 사라(25)씨는 "가장 어린 선수로 시작했던 피넛을 쭉 응원해왔다. 게임에 임하는 자세,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HLE은 베트남 팬들에게 있어 단순한 '게임팀'이 아닌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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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HLE 글로벌 팬 페스트 인 베트남 행사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팬들의 모습/호치민시 정리나 특파원
◇ 한화생명의 '진심'에 팬들도 "더 열심히 응원하자"
HLE은 이번 행사로 베트남을 2년 연속 베트남을 찾는 최초의 LCK팀이 됐다. HLE이 팬미팅 행사인 팬페스트를 해외에서 진행하는 국가도 베트남이 유일하다. 최인규 HLE 감독은 "지난해 글로벌 팬들이 늘어날 때 한화생명의 전략적 거점인 베트남에서 팬들이 많이 늘었다"며 "국내에서 하던 팬 페스트 행사를 해외에서도 해보자 싶어 베트남에서 하게 됐는데, 반응도 정말 좋았고 팀 모두가 큰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제카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는 베트남 팬 유나(38)씨는 "LCK 10개팀 중 베트남을 이렇게 찾아주는 것은 HLE뿐이라 팬으로서 무척 자랑스럽다. 한화생명이 늘 베트남을 잘 챙겨준다"며 "베트남 팬들도 팀을 더 열심히 응원해서 더 많은 행사로 베트남에 다시 돌아오게 만들자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e스포츠단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단기 스폰서십이나 마케팅 협찬이 아닌 선수 영입·훈련·컨텐츠 제작과 팬 행사까지 모든 것을 2018년부터 8년간 자체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이런 남다른 행보는 글로벌 시장과 젊은세대, e스포츠에 주목한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의 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팬들에게 김 사장이 '키다리아저씨'로 불리는 이유다.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승리요정' 아버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함께 선수단을 직접 만나 격려하는 등 HLE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격려에 힘입은 HLE은 디펜딩 챔피언 젠지를 꺾고 2018년 인수 창단 이후 첫 LCK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화생명은 선수들에게 훈련 시설인 캠프원부터 숙소와 전용 차량까지, LCK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숙소와 차량이 업그레이드 되며 선수들의 만족도도 더욱 높아졌다.

팬들도 전폭적인 지원에 환호하고 있다. 마이씨는 "팬들이 응원하는 만큼 선수들을 잘 챙기는 것이 곳곳에서 보여 팬들도 팀의 강점으로 여기고 있다. 더 열심히 응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라씨 역시 "선수들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조직력이 HLE의 강점이자 훌륭한 팀으로 거듭나게 한 비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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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HLE 선수들에게 보낼 질문과 문구를 적고 있는 현지 팬들의 모습/호치민시 정리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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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HLE 글로벌 팬 페스트 인 베트남에 참석한 현지 팬들의 모습/호치민시 정리나 특파원
◇e스포츠, "베트남 미래세대와의 연결고리"
베트남의 1030세대가 자발적으로 한화생명을 외치며 환호하는 진풍경처럼, e스포츠와 HLE은 한화생명과 베트남 '미래세대'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인구 약 1억명의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45%가 MZ세대다. 전체 인구의 55%가 게임을 즐기고 16%가 e스포츠를 시청한다. 최근 베트남 MZ세대들은 특히 리그가 크고 가장 경쟁력 있는 팀들이 참가하는 LCK에 열광하고 있다. 베트남 내 LCK 팬층이 대거 늘어나며 LCK에서도 2021년부터 베트남어 중계를 시작하는 등 떠오르는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1030 세대들에게 롤과 같은 e스포츠는 잠재적 소비자들과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셈이다.

린씨와 마이씨는 "경기를 보며 응원하다 한화생명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넘치는 '팬심'에 유나씨는 한화생명으로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팬 페스트 참석자의 30%가 HLE를 통해 한화생명을 알게 됐다.

HLE 관계자는 "10∼20대 글로벌 팬들이 '한화생명' 브랜드 이름을 자발적으로 외치게 만드는 것은 TV광고를 몇 년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것이 e스포츠의 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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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HLE 글로벌 팬 페스트 인 베트남에서 열광하고 있는 현지 팬들의 모습/호치민시 정리나 특파원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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