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에서 화가로, 수억년 바위산과 나눈 대화의 기록 화폭에 담아
첫 개인전 '바위산을 담다' 개최..."K-아트의 세계화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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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끝으로 30여 년 공직생활을 마친 송수근 한국국제문화포럼 회장은 2021년부터 화가로 변신해 활동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꾸바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 '바위산을 담다'를 열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송 회장은 바위산이 자신을 캔버스로 이끈다고 예찬했다.
전시장에 걸린 캔버스 위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생명을 얻은 듯 살아 숨쉬고 있었다. 물감이 켜켜이 쌓이고 칼로 깎여나가며 드러나는 색채들이 마치 수억년 세월의 흔적처럼 깊고 묵직했다.
"바위산을 계속 그리다 보니 바위산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바위산은 의외로 수다스럽고 요구사항도 많아요. 맘에 안 들면 잘 토라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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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거리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북악산의 바위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매일 달랐죠. 처음에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가 점점 친근한 벗이 됐어요. 그 바위산이 수억년 전부터 그 자리에서 지켜본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년 계원예술대 총장으로 부임한 후 평생교육원 화실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붓을 잡게 된 송 회장은 산, 호수, 정물 등 다양한 소재를 그리다가 바위산에 특화하게 됐다. "바위나 산을 보면 이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멈춰 서서 자세히 관찰하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바위산의 실루엣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송 회장의 바위산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다. 수많은 색채를 겹겹이 쌓아 올린 후 칼로 깎아내며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바위산에는 수천 개, 수만 개의 얼굴이 있어요. 그 많은 색깔과 냄새, 빛깔, 감정이 모두 응축돼 있죠. 그런 사연 많은 덩어리를 표현하려니 다채로운 색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이 바위를 깎듯이 물감을 입히고 칼로 깎아내면 숨어있던 색이 드러나요."
송 회장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명상과 같다. "완전히 몰두하게 되는 과정이 중독성이 있어요. 무아의 경지라고 할까요. 바위산과 물아일체가 되는 순간의 환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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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성공 해법은 K-팝이 그랬듯, 이미 익숙한 글로벌 아이템을 한국적으로 융합하며 자연스럽게 스미게 하는 것이에요. K-아트도 한국인의 숨결과 기술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같은 새로운 융합장르를 만들어 세계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송 회장의 작품 세계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구스타프 클림트 어워즈'에서 입선 수상작가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바위산의 존재감과 깊이를 담아낸 24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인터뷰 말미에 송 회장은 바위산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위처럼 많은 걸 담을 수 있고, 강하게 내공이 쌓여서 표출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원합니다. 바위산이 수억년을 그 자리에서 묵묵히 견뎌온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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