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옛 “우리가 더 나았다” vs 김기동 “실점 전까지 계획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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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경기장 안팎 모두 뜨거웠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2만286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특히 서울 원정 팬도 2천여 명 가까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고, 두 팀 모두 최근 흐름을 유지하려는 듯 초반부터 신중하면서도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을 앞세워 경기에 임했다. 전북은 득점 선두 전진우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송민규, 티아고, 이승우를 최전방에 배치한 4-3-3 전형을 가동했고, 서울은 둑스와 린가드 투톱의 4-4-2 포메이션으로 대응했다.
초반 주도권은 홈 팀 전북이 잡았다. 전북은 좌우 측면을 넓게 활용해 이승우와 송민규를 중심으로 서울의 측면을 공략하려 했다. 특히 이승우는 전반 초반 두 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서울의 김주성과 야잔이 버틴 중앙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서울은 중원에서 황도윤과 류재문이 각각 김진규와 강상윤을 맨투맨으로 견제하며 전북의 빌드업 흐름을 차단했고, 역습을 통해 기회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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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실점 이후 빠르게 리듬을 되찾으며 반격에 나섰다. 전반 28분 박진섭의 크로스가 티아고의 헤더로 이어졌지만 골문을 벗어났고, 35분에는 이승우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강현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북은 서울의 촘촘한 수비와 느린 템포에 고전했지만, 전반 종료 직전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추가시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송민규는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수비를 등진 채 회전하며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이 슛은 낮게 깔려 서울 골문 하단 구석을 정확히 갈랐다. 빗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결정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1-1로 맞선 채 전반을 마친 서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골키퍼를 교체했다. 강현무가 어지럼증을 호소해 최철원이 급하게 투입됐고, 공격진에서도 둑스와 손승범을 빼고 클리말라와 문선민을 투입하며 공격의 속도와 기동력을 높이려 했다. 클리말라는 전북에 악몽을 안긴 전력이 있다. 지난 3월 시드니FC 소속으로 AFC 챔피언스리그2 8강에서 전북을 상대로 2경기 3골을 기록했던 인물이다.
후반 초반 전북이 기세를 올렸다. 8분, 이승우가 중원을 돌파하며 직접 기회를 만들었고, 강상윤과 김태현에게 연결된 볼이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김주성의 육탄 수비에 막혔다. 서울도 반격에 나섰다. 11분, 문선민의 왼발 감아차기 슛이 골문을 벗어났고, 14분 린가드가 다시 한 번 페널티 박스 앞에서 시도한 감아차기 슛도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중반 양 팀은 다시 한 번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북은 티아고와 김진규 대신 콤파뇨와 이영재를 투입했고, 서울은 황도윤 대신 이승모를 넣으며 중원 압박을 강화했다. 그리고 후반 29분, 전북은 최근 영입을 마친 가나 출신 공격수 패트릭 츄마시를 이승우 대신 교체 투입했다. 이적 발표 다음날 곧바로 데뷔전을 치른 츄마시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스피드와 공간 침투를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종반으로 갈수록 경기는 점점 치열해졌다. 서울은 린가드를 빼고 정한민을 넣으며 기동력을 보강했고, 전북은 송민규 대신 권창훈을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전북은 가장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권창훈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강상윤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서울의 골키퍼 최철원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며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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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기동 서울 감독은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운영했고, 선제골도 넣었다. 다만 전반 막판 실점이 아쉬웠다"며 "강현무 골키퍼가 전반 종료 후 어지럼증을 호소해 교체했지만, 최철원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클리말라에 대해선 "리그 스타일에 적응 중이다. 아직 자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생각하고 움직이지만, 훈련을 통해 좋아질 것"이라며 인내심을 강조했다. 또한 "한 달째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놓치고 있어 아쉽지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곧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적시장에서도 보강을 예고했다.
우중 혈투 끝 무승부로 마무리된 이날 전북과 서울의 맞대결은 기록, 심리전, 전술 모두에서 수준 높은 내용이 오간 명승부였다. 선두 전북은 점점 더 강해지는 무패의 관성을 입증했고, 서울은 후반기를 앞두고 탄탄한 수비와 역습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엿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