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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2025 코리아 트래블 페스타'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국 관광 콘텐츠를 베트남에 알리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 LCK 전현직 프로 선수들이 찾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21일에는 특히 베트남 e스포츠 팬 수천 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올해 행사에는 DRX 레이지필(쩐 바오민) 선수·유칼(손우현) 선수, 농심 레드포스의 리헨즈(손시우)·킹겐(황성훈) 선수와 LCK 우승 경력을 가진 선수출신 인플루언서 스맵(송경호) 등이 참가했다. 선수들은 토크쇼·사인회·게임 시연회 등을 통해 현지 팬들과 소통하며 한국 관광 홍보 알리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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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열린 한화생명e스포츠(HLE)의 팬 페스트(팬미팅) 행사에 연이어 레이지필 등 인기 선수들이 호찌민시를 찾자 현지 팬들도 "축제주간"이라며 크게 기뻐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현지 팬들은 "응원하는 LCK 팀의 경기를 직접 보러 한국에 가는 것이 꿈"이라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장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선수들의 포토카드와 같은 '굿즈'들을 교환하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관광공사와 LCK는 협업을 통해 e스포츠를 통한 한국 관광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김종훈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이번 'LCK' 초청은 기존 K-POP(케이팝)·K드라마 중심 한류 관광 마케팅의 외연을 확대하고, 신규 방한 수요 창출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LCK는 이처럼 최근 베트남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한국리그인 LCK는 전세계 e스포츠 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리그다. 베트남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 출신의 레이지필 선수가 리그 사상 최초의 외국인 선수로 활동하며 베트남 팬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팬들의 LCK 사랑은 경기가 중계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에서도 드러난다. LCK는 현재 한국어·영어·베트남어 등 5개 언어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되고 있다. 베트남어 중계채널의 구독자는 무려 93만 명에 달한다. 레이지필 선수가 등장하는 경기가 아니어도 실시간으로 약 50만명이 LCK 경기를 즐긴다. LCK 스프링 결승전 베트남어 중계의 최고 동시 시청자 수(PCU)는 2022년 약 29만 3000명에서 지난해 약 56만 1000명으로 약 91% 급증했다.
레이지필 선수를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타인(21)씨는 기자에게 "세계 최상위 리그인 LCK에 첫 외국인 선수로 베트남 선수가 합류하게 됐다는 것은 베트남 롤(LoL) 팬들에게는 엄청난 사건이다. 베트남 팬들은 '최애' 팀이나 선수를 떠나서 모두 레이지필 선수를 자랑스러워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마인(20)씨도 "한국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것에 열광하지 않느냐"며 "e스포츠에 있어선 레이지필 선수가 그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도 "LCK는 최고 권위 대회인 롤 월드 챔피언십(월즈·롤드컵)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리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기력,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리그다.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을 최고의 성과로 인식하듯이 롤 선수들의 최고의 꿈은 LCK에서 활약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최상위 리그가 있는 한국이 아닌 다른 리그·다른 나라 플레이어여도 실력이 있다면 한국리그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레이지필 선수의 활약은 e스포츠 팬들과 다른 선수들에게 매우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레이지필 선수도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 최고 리그라 선수로서 느끼는 부담감도 크고 연습도 힘들다. 하지만 훌륭한 동료들에게 많이 배워가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문화차이도 있고 내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 소통문제 등 힘든 점이 좀 있었지만 형(동료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레이지필 선수는 이날 "한국은 관광하기 정말 좋은 나라다. 베트남 팬들에게 한국에 와서 LCK 경기도 보고, 한강·홍대·강남 등도 둘러보고 떡볶이도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LCK에서 성과를 얻었다고 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LCK 최초의 외국인 선수·베트남 프린스라는 재밌는 별명은 많이 얻은 것 같다"면서 "최종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란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팬덤의 놀라운 성장과 열풍에 현지팬들은 물론 한국팬들도 "LCK 원정경기나 특별 경기를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사무총장은 "해외에서 정규리그나 특정 경기를 진행하는 데 여러가지 고려 요소가 있다. 그 지역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인할 수 있느냐 이런 고민들인데 레이지필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어서 큰 고민을 덜어낸 상태"라며 "이제는 베트남을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닌 '추진해야 하는 선택지'로 봐야 할 것 같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반드시 근 시일 내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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