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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AI는 민주주의 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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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6. 23. 10:17

정치학자 박재형, 기술과 정치의 딜레마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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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민주주의 도구일까?' 표지. /지성사
과학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정치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대적 고민을 다룬 책이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정치학 박사 박재형이 펴낸 'AI는 민주주의 도구일까?'는 첨단 과학기술의 상징인 AI가 과연 인간 존엄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AI가 우리 생활에 가져온 획기적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을 경고한다. 자율자동차부터 각종 스마트 가전제품까지 AI 기술이 인간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한편, 딥페이크 동영상을 통한 사실 왜곡이나 허위 정보 확산으로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 활용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한국에서 AI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AI와 민주주의 정치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현대 정치사회 현상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기본 조건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민주적 AI의 핵심 조건은 명확하다. AI 모델은 투명해야 하고, 그 결정 과정은 설명 가능해야 한다. AI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왜 특정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AI는 모든 개인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또한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편견을 피하고,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 조건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미디어 환경과 정치 담론에 의미 없는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고, AI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위반과 지적 재산권 갈등 등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민주적 감시체계 구축을 강조한다. 독립된 규제 기관 설립, 시민사회와 정부 감시단의 역할 강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AI를 이용한 편향 콘텐츠 확산이나 선거 결과 조작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AI 민주주의'로 시작해 'AI는 민주적인가', 'AI의 정치적 문제', 'AI,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AI의 사법적 가능성' 순으로 전개된다. 각 장에서는 AI와 선거, 알고리즘 정치, 가짜뉴스, 딥페이크,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AI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분석한다.

저자는 "AI가 인간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지의 여부는 기술 그 자체보다 인간이 어떤 철학과 윤리를 가지고 그것을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지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 진보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그 진보를 민주적 가치와 조화시키는 집단적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술과 민주주의의 상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 책은,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인간 사고의 본질과 정치적 권한의 정당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AI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지, 아니면 이를 보완하는 도구가 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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