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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은 이달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과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 병풍'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구운몽도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 부모로부터 선물받아 귀국할 때 가져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처치가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가족이 포틀랜드미술관에 기증했다.
백동자도 병풍은 1970년 뉴욕의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덴버미술관이 구입했으나, 언제 어떤 경위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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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도 병풍 복원 과정에서는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배접지에서 1913년 종묘 영녕전 춘향대제 때 남은 음식을 기록한 문서와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 등이 발견됐다. 또한 소설 내용과 다르게 배치된 그림을 바로잡고, 서양 직물로 교체됐던 장황을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백동자도 병풍은 천연 안료가 아닌 인공 안료로 덧칠된 부분을 제거하고, 오염된 부분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거쳤다. 병풍 해체 과정에서 발견된 1960년 일본 신문을 통해 1960년 이후 수리되어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운몽도 병풍은 김만중이 쓴 소설 '구운몽'의 주요 장면을 10폭에 담은 작품이다.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부터 양소유로 환생해 부귀영화를 누리는 내용까지, 인간의 욕망과 깨달음을 그려낸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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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다. 두 병풍은 전시 종료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원래 모습을 되찾은 만큼, 현지에서도 더욱 온전한 상태로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우리 기술로 복원한 조선시대 병풍이 국외에서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