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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제 꾀에 삼성 걷어찬 압구정2구역…사업 조건 약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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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6. 23. 15:20

건설부동산부 전원준 기자
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올해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사업 조건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조합이 입찰 지침에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 탓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경쟁 구도가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조합 스스로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초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모두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면서, 파격적인 사업 조건이 제시되는 등 출혈 경쟁이 예상됐습니다. 핵심 정비사업지의 경우 시공사 선정 이전까지는 조합이 '갑'의 위치에 있는 만큼, 두 시공사를 상대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조합의 과도한 조건 요구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합은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이주비 금리는 CD금리+가산금리 방식으로만 수용 △LTV(담보인정비율) 100% 이상 제안 금지 △추가 이주비 금리 할인 불가 △기타 금융기법 제안 일절 금지 등의 입찰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실제 삼성물산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입찰 포기를 공식화했습니다.

조합 입장에선 무분별한 입찰 참여를 막고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겠지만,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직 시공사 입찰 마감일이 약 2개월 남아 있지만, 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외에 추가로 수주전에 나설 수 있는 대형 건설사는 극소수이기 때문입니다. 경쟁 구도가 깨진 채로 입찰을 받게 된다면 조합은 단독 입찰자인 현대건설을 상대로 추가적인 조건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끌어내려는 전략'이 '협상 테이블 자체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조합의 전략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형 정비사업장의 경우, 시공사 간 경쟁이 과열되며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이번처럼 제안 자체를 봉쇄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업지 프리미엄만 믿고 무리한 조건을 고수한 결과, 조합원들이 경쟁 입찰을 통해 받을 수 있었던 더 나은 사업 조건을 놓칠 수도 있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압구정2구역 입찰을 포기한 삼성물산은 인근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 눈을 돌렸습니다. 지난 16일 입찰보증금 중 현금 150억원을 선납하며 수주 참여를 공식화했고, 이곳에는 대우건설도 참여 의사를 강력히 밝힌 만큼 두 대형사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압구정2구역에서 빠진 삼성물산이 전략과 자원을 집중 투입할 경우, 개포우성7차 조합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사이에서 더 나은 사업 조건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삼성물산의 입찰 포기 사례는 향후 주요 정비사업 조합에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공사 간 경쟁을 유도하되, 조합이 얼마나 유연하게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핵심 사업지의 조합이 '절대 갑'의 위치에 있더라도, 경쟁 없는 수주는 기대 이하의 조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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