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서 양질의 결과물 입증 필요
국내 개발모델 14개… 美과 격차 커
3년연속 관련산업 인재 유출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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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안한 '모두의 AI'를 이행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국가 단독 AI 서비스 개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 초대 인선이 한창인 가운데, 독자적인 AI 개발 역량을 갖추기 위한 인사도 이뤄졌다. 정부는 신설된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임명하며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하 수석은 네이버에서 한국어 특화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의 개발을 주도했었다. 이어 이번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도 LG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지명, 국가 AI 경쟁력 확보의 의지를 전했다.
다만 국가 독자적인 AI 개발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미국과 중국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국가처럼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부설 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작성한 '글로벌 초거대 AI 모델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AI 모델은 총 14개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이지만 앞선 미국과 중국이 각각 128개, 95개의 모델을 개발한 만큼,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또 삼성·LG·네이버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개발한 AI 모델이지만 미국의 '챗GPT'나 중국의 '딥시크'에 비해 사용량이 적다는 점 역시 지적받고 있다.
국내 AI 개발을 주도해야 하는 인재 유출 또한 해결 과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한국의 고급인력 해외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구 1만명당 AI 인재 순유출입 수는 -0.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에 위치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인재 유출 추세가 점차 커지며 3년 연속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 룩셈부르크가 8.92명의 유입을, 독일과 미국이 각각 2.13명과 1.07명의 유입이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울러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10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AI대학원의 취업률이 2019년 100%에서 2023년 63.5%로 급감하는 등 인재 양성 체계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시장의 크기나 투자 규모에서 선진국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만큼, 효율성에 중점을 둔 AI 모델로 개발 방향성을 잡을 필요도 있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하 수석이 앞서 말해왔듯이 AI 기술을 전략 물자로 바라보고 접근, 국내 기업이나 창업자에게 해외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며 "인프라나 자원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존재하기에, 효율성에 중점을 둔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세운다면,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