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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과 대화하며 물아일체… 붓을 쥐게하는 원동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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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6. 23. 18:04

문체부차관 출신 송수근 화백
화가 변신 5년 만에 첫 개인전
'바위산을 담다' 30일까지 전시
수만 개 얼굴에 담긴 응축된 빛깔
수억년 세월 담긴 감정의 깊이들
물감 쌓고 칼로 깎으며 내공 표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지낸 송수근 한국국제문화포럼 회장이 화가로 변신해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꾸바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송수근 회장. /송의주 기자
"바위산과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 순간의 깊은 몰입감이 저를 매일 캔버스 앞에 서게 하는 원동력이죠."

2017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끝으로 30여 년 공직생활을 마친 송수근 한국국제문화포럼 회장은 2021년부터 화가로 변신해 활동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꾸바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 '바위산을 담다'를 열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송 회장은 바위산이 자신을 캔버스로 이끈다고 예찬했다.

전시장에 걸린 캔버스 위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생명을 얻은 듯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물감이 켜켜이 쌓이고 칼로 깎여나가며 드러나는 색채들이 마치 수억년 세월의 흔적처럼 깊고 묵직했다.

"바위산을 계속 그리다 보니 바위산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바위산은 의외로 수다스럽고 요구사항도 많아요. 맘에 안 들면 잘 토라지기도 하고요."

바위산과 송 회장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산 아래서 살았던 그는 매일 바위산을 바라보며 자랐다. 공무원이 된 후에는 광화문에서 인왕산과 북악산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북악산의 바위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매일 달랐죠. 처음에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가 점점 친근한 벗이 됐어요. 그 바위산이 수억년 전부터 그 자리에서 지켜본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년 계원예술대 총장으로 부임한 후 평생교육원 화실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붓을 잡게 된 송 회장은 산, 호수, 정물 등 다양한 소재를 그리다가 바위산에 특화하게 됐다. "바위나 산을 보면 이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멈춰 서서 자세히 관찰하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바위산의 실루엣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송 회장의 바위산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다. 수많은 색채를 겹겹이 쌓아 올린 후 칼로 깎아내며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바위산에는 수천 개, 수만 개의 얼굴이 있어요. 그 많은 색깔과 냄새, 빛깔, 감정이 모두 응축돼 있죠. 그런 사연 많은 덩어리를 표현하려니 다채로운 색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이 바위를 깎듯이 물감을 입히고 칼로 깎아내면 숨어있던 색이 드러나요."

송 회장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명상과 같다. "완전히 몰두하게 되는 과정이 중독성이 있어요. 무아의 경지라고 할까요. 바위산과 물아일체가 되는 순간의 환희가 있습니다."

한류의 초석을 다진 공직자에서 예술가로의 변신.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 앞 광장 100만 인파 응원'을 기획했던 송 회장은 이제 K-아트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K-컬처의 성공 해법은 K-팝이 그랬듯, 이미 익숙한 글로벌 아이템을 한국적으로 융합하며 자연스럽게 스미게 하는 것이에요. K-아트도 한국인의 숨결과 기술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같은 새로운 융합장르를 만들어 세계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송 회장의 작품 세계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구스타프 클림트 어워즈'에서 입선 수상작가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바위산의 존재감과 깊이를 담아낸 24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인터뷰 말미에 송 회장은 바위산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위처럼 많은 걸 담을 수 있고, 강하게 내공이 쌓여서 표출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원합니다. 바위산이 수억년을 그 자리에서 묵묵히 견뎌온 것처럼요."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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