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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李정부 읽는 세 키워드, 청와대·민정수석실·가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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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24. 18:11

송국건 웹용
객원논설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용산 시대를 열었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북악산 남쪽 기슭의 청와대는 일반인이 범접하기 어려운 구중궁궐 느낌을 준다. 따라서 용산 이전은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가장 컸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집권 초 매일 아침 출근길에 출입 기자와 문답을 나누는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과 간접 소통했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하면서도 대통령과 직접 대면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필자에겐 큰 감동이었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의 용산 이전은 문화재적 가치가 큰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도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 3년 동안 서울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의 필수 탐방 코스였다.

진보정권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민에게 청와대 개방,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하고 추진위원회까지 띄웠다. 약속을 지키진 못했으나 후임 대통령이 청와대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그 뜻을 보수정권인 윤 전 대통령이 실천한 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진보정권인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로 다시 들어갈 채비를 한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어렵게 나온 청와대로 또다시 큰 비용을 써가며 복귀하려는 이유가 뭘까.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아주 오래됐고, 상징성이 있고, 거기가 최적"이라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도청이나 경계, 경호 문제 등 보안이 심각하다. 완전히 노출돼서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정을 논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도청, 경호 등 보안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미국 백악관을 비롯해 대통령 집무실이 도심 가까이 있는 나라가 많지만 입지 탓에 국정을 제대로 논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복귀를 결정한 진짜 이유가 '윤석열 용산 시대'의 찜찜함 때문일 것이란 얘기도 있다. 그런 감정적인 문제로 중차대한 일을 결정했다고 믿지 않으나 새 정부의 청와대 재입성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냥 통치공간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걸어 나왔는데, 다시 구중궁궐로 들어가면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민으로선 돌려받은 문화공간을 다시 뺏긴 셈이 된다. 실패한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과의 '불통'이었다. 불통은 곧 정권에 대한 불신이 되고 민심이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청와대 복귀'를 이재명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을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보는 이유다. 사실 복귀 결정을 하는 과정부터 이재명 정부는 국민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뚜렷한 이유를 설명한 적도 없다.

윤 전 대통령은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면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역대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래의 기능을 뛰어넘어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사실상 통제하는 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정부요직 인사검증도 했었는데, 그 기능을 법무부로 넘겼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까지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은 인사수석실의 인사 추천→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비서실장 주재 인사위원회 심의→대통령 재가 순이었다. 이 경우 모든 절차가 '청와대'라는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외부 견제장치가 없는 문제가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했다.

이재명 정부에선 민정수석실도 부활했다. 초대 수석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광수 변호사를 임명했다가 차명 재산 파동으로 1호로 낙마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로 다시 돌아간 핵심기능이 인사검증인데 본인이 하자투성이인 수석에게 그 책임을 맡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곧 후임자가 임명돼 민정수석실이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을 맡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과 선임행정관들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피고인 이재명'의 변호인 출신이 민정수석실을 장악한 상황이다.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형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 조상호 선임행정관 내정자 등이 그들이다. 이 대통령이 그들의 법적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해서 발탁했겠으나 대통령 임기 중에도 간간이 부상할 사법 리스크 관리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민정수석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이기도 한데, 이 대통령 주변에 문제 될 인물이 많아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 대통령 임기 중 불거질 수 있는 재판 속개 쟁점과 연결할 때 강화된 민정수석실 부활은 향후 국정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오광수 전 수석의 낙마로 민정수석실이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 정부의 인사 추천과 검증을 동시에 하는 그룹이 있다. 이른바 '성남시-경기도 라인'이라고 불리는데 과거 정부의 가신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핵심 인물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 인연을 맺은 이후 '그림자 비서'로 불리던 김현지 총무비서관이다. 새 정부 인사를 포함한 모든 국정에서 그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만사'현'통"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이 대통령이 그를 대통령실 안살림을 지휘할 총무비서관으로 발탁한 건 이유가 있다. 과거 정부처럼 믿을 수 있는 가신그룹을 대통령실에 포진해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김용채 인사비서관, 김남준 제1부속실장 배치도 맥을 같이한다. 김 비서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선거 캠프에서부터 인연을 맺었고, 김 실장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변인 출신이다. 성남시와 경기도 참모들에게 요직 인사를 맡기고 그들이 권력 이너서클의 중심으로 부상한 점에서 가신그룹 전면 등장도 이재명 정부 국정을 미리 읽는 키워드가 된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키워드 3개 '청와대' '민정수석실' '가신그룹'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질 뻔했던 용어들이 부활한다는 점, 그리고 그 용어들이 과거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상징했다는 사실이다. 휘발성 강한 시한폭탄인 재판 속개 가능성을 안고 출발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외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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