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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국가반부패위원회(NACC)는 최근 훈센 상원의장과의 통화와 관련해 패통탄 총리의 윤리 기준 위반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일 몽콜 수라삿자 태국 상원의원이 패통탄 총리와 훈센 상원의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된 이후 제출한 청원에 따른 조치다. 친군부·보수 성향의 태국 상원은 NACC에 패통탄 총리가 헌법이나 법률을 고의로 위반하고 부패를 저질렀는지, 윤리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청원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에도 같은 이유로 패통탄 총리의 임기를 종료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청원했다. 헌법재판소는 다음달 해당 청원 접수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건을 받아들여 심리에 나서게 될 경우 총리 직무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패통탄 총리는 내각 개편 카드를 꺼내들며 연정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패통탄 총리는 "이번 주 내로 내각 개편을 완료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각 개편은 패통탄 총리의 당인 프아타이당이 맡았던 장관직을 다시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분쟁으로 갈등 중인 가운데 패통탄 총리와 훈센 상원의장의 통화 녹음 파일이 유출됐다. 지난 15일 이뤄진 이 통화에서 패통탄 총리는 훈센 상원의장을 "삼촌"이라 부르며 캄보디아와의 접경 지역 부대를 지휘하는 자국군의 제2군 사령관을 비판했다. 해당 사령관은 "캄보디아와 싸울 준비가 됐다"며 강경 대응을 주장해왔는데, 패통탄 총리는 "그는 멋있어 보이고 싶어한다. 그가 하는 말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국경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를 원한다"며 이 사령관을 깎아 내렸다.
훈센 상원의장을 삼촌이라 부르며, 자국군을 깎아 내리고 훈센의 요구를 따를 준비가 되어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패통탄 총리의 태도에 태국에선 "국가 이익에 대한 배신이자 심각한 모욕"이란 거센 비판이 일었다. 통화 내용이 유출된 지 몇 시간 만에 연정 내 제2당인 품짜아타이당이 탈퇴했고, 야권에서도 총리 퇴진과 의회 조기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훈센 상원의장에게 패통탄 총리가 "제대로 당했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패통탄 총리가 "훈센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정부가 (군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고 자신도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간청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화에 임한 것은 잘못된 시도"라고 지적했다.
태국 탐사전문 매체 CSI LA는 "훈센 상원의장이 태국의 민군갈등을 악용해 태국 파벌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국경 너머에서 조용히 지켜봤다"며 "패통탄 총리는 진심을 담아 외교 전장에 나섰지만 훈센 상원의장은 숨겨진 카메라와 함정을 들고 들어왔다. 국제 정치에서 과도한 개방성은 용기가 아니라 오히려 경험 부족으로 여겨진다"고 짚었다.
수세에 몰린 패통탄 총리는 강경한 태도로 민심과 군(軍)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패통탄 총리는 전날 "태국은 7개 주에 걸친 국경 검문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캄보디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패통탄 총리는 캄보디아에서 불법 온라인 사기조직이 급증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전기 등 필수 품목의 국경 간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태국군은 캄보디아와 육로로 연결되는 16개 국경 검문소를 봉쇄하고, 모든 사람·차량의 캄보디아 출입을 제한했다. 국경 무역과 상업 활동도 중단됐다. 캄보디아 역시 태국으로부터 농산물과 가스 등 연료 수입을 중단하고 양국 간 국경 검문소 두 곳을 영구 폐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