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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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래식 음악의 심장, 뉴욕 필하모닉이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6일 아트센터인천, 27~28일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다. 이번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핀란드 출신 거장 에사페카 살로넨은 25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히며 오랜 음악적 동반자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842년 창단된 뉴욕필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세계 초연을 비롯해 바그너, 브루크너 등 대가들의 작품을 미국 무대에 처음 소개하며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구스타프 말러,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쿠르트 마주어 등 세계적 지휘자들이 상임지휘자로 활동했으며, 2026년에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11년 만의 내한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뉴욕필과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함께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살로넨은 뉴욕필, 짐머만과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그는 "1980년대 중반에 짐머만과 처음 협연했고, 1986년 뉴욕필을 처음 지휘했다"며 "친구인 짐머만을 한국에서 만나는 것이 특별한 기쁨"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짐머만의 복귀다. 1973년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97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짐머만은 2019년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13위에 오를 만큼 인정받는 거장이다. 그러나 2009년 고국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며 미국에서의 연주를 중단했고, 국내에서도 2003년 리사이틀 이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살로넨은 짐머만의 연주를 순수한 물에 빗대며 "그는 여러 면에서 아주 이례적이고 특별한 아티스트이며 그 곡이 마땅히 그렇게 해석돼야 하는 것처럼 연주한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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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프로그램 역시 흥미롭다. 26일 아트센터인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짐머만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 뉴욕필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 연주된다. 살로넨은 베토벤의 두 작품을 혁명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3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이상을 잘 담은 작품으로, 피날레 부분은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나 K-팝처럼 당시 사교계 인기 춤곡을 담고 있다"며 "협주곡 4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동등하게 연주하는 매우 전향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8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드뷔시의 '바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대표작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고전과 낭만, 인상주의를 아우르는 음악 여행을 선사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살로넨을 비롯해 클라우스 메켈레 등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이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살로넨은 "핀란드 지휘자의 성공 요인은 1970년대에 정립된 교육제도에 있다"며 "무료 음악 학교가 있고 신생아부터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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