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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된 회계공시제, 양대 노총은 왜 ‘철회’를 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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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6. 26. 19:37

공시율 90% 안팎 유지…대부분 노조 실익 따라 자발적 참여
노조 “자율성 침해” 주장…전문가 “투명성 확보는 당연한 책무”
구호 외치는 양대 노총
6월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위법한 시행령·행정지침 원상회복 요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등의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의 철회를 새 정부에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 제도를 '노조 자율성 침해'로 규정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공시가 이미 상당 부분 정착한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자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도입 초기의 혼란과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점차 관행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이다. 조합원 세액공제와 같은 실익이 제도 안착을 이끈 가운데 대부분 노조가 자발적으로 공시에 참여하며 회계 공개가 일종의 '운영 기본절차'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 회계공시는 2023년 9월 노동조합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단위노조와 상급단체 모두 회계를 공시한 경우에만 조합원이 연말정산에서 조합비 세액공제(15%)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직접적인 제재 없이 실익을 연계한 구조로 대부분 노조가 자발적으로 공시에 참여했다.

실제 공시 참여율은 해마다 9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회계공시 대상인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조 및 산하조직 682곳 가운데 608곳(89.1%)이 회계를 공시했다. 총연합단체별로는 한국노총이 97.1%, 민주노총은 83.3%의 공시율을 기록했다. 금속노조 등 일부 조직이 불참했음에도 관광레저산업노조 등 새롭게 참여한 노조가 늘면서 전체 공시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도 공시율도 89.4%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대 노총은 제도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두 노총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회계공시는 정부가 노조를 감시하려는 행정권 남용이며 국고보조금 삭감도 헌법상 보장된 노조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체결한 정책협약 이행을 강조하며 제도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회계공시가 세액공제 요건과 연동된 점에 대해 '조세를 빙자한 회계 통제'라고 비판하며 노조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본다. 이들은 집회 규제, 국고보조금 삭감, 정부위원회 배제 등과 함께 이를 '노동 탄압'으로 규정하며 전면적인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계공시가 노조 자율성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 조직이 감시는 거부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건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기부금 단체나 공공기관처럼 노조도 회계를 공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계공시 제도 자체를 폐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급단체 공시 여부에 따라 단위노조 조합원 세액공제가 제한되는 이른바 '연좌제' 구조 등 일부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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