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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경제’ 24번·‘민생’ 8번 언급… “외교에 색깔 없다, 국익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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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6. 26. 17:53

현직 대통령 시정연설 20개월만
"평화가 밥이고 경제, 선순환하는 일상"
'3高 위기' 내수활력·국정정상화 강조
野 찾아가 악수하며 '국회협치'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시정연설은 민생경제 어려움 극복에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경제' 24차례, '민생' 8차례 언급하면서 시정연설 대부분을 민생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저성장의 늪에서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3고(高)'에 짓눌린 민생경제 회복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놓겠다는 의미다.

◇청년실업-자영업폐업 거론하며 '추경 속도전' 강조

특히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을 위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관련해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경안을 편성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내놓은 '경제상황 진단'은 암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수출 회복이 더딘 가운데, 내수마저 꺼지고 있다"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민생경제 지표 가운데 '청년실업'과 '자영업폐업' 문제를 짚으며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의 숫자는 역대 최고 수준이고, 폐업한 자영업자 수도 연간 100만명에 달한다.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12·3불법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입혔고, 미국발 관세 충격부터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며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 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국익중심 실용외교…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선 "국익중심 실용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며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일도 더없이 중요하다"며 "평화가 밥이고, 경제"라고 강조했다. 또 "평화가 경제 성장을 이끌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으로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정정상화' 과제에 대해서도 "이미 많은 것들이 회복되고 정상화되고 있다"며 "하나된 힘으로 숱한 국난을 극복해 온 위대한 우리 대한국민의 저력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최소한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野먼저 찾아가…"제가 乙인데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

이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은 취임 22일 만에 이뤄졌다.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2023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른바 '망신주기'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형식으로 불참했다. 민주당은 야당시절 윤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거부하거나 면전에서 "그만두셔야죠"라는 말까지 했고, 일부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도 했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퇴장할 때 일어서서 박수로 환호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야유를 하거나 피켓시위를 벌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야당 의석 쪽으로 먼저 찾아가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넸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드린다"며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가진 여야 지도부와의 환담에서 "우리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끊임없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특히 우리 비대위원장님 잘 부탁드린다", "제가 이제 '을(乙)'이기 때문에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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