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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깨물어 유죄’ 최말자씨, 61년만 재심서 검찰 무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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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07. 23. 16:36

검찰, "갑작스런 성폭력 범죄 정당 방위"
최씨, "국가, 사건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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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씨(78)의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1시 중상해 혐의를 받는 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과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증거조사에 이어 피고인 심문을 생략하고 곧바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한 방해 행위이고, 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법하지도 않다"며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 자체로부터는 물론이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이다.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며 "그 결과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씨에게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며 사죄했다.

최씨 측은 "이 사건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 검찰과 법원의 잘못으로 오판됐던 것"이라며 "법원이 응답할 때"라고 했다.

최후 진술에서 최씨는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어가는 악마 같은 그날의 사건을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할 심정을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꼭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 희망과 꿈이 있다면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법을 만들어 달라고 두손 모아 빌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씨는 만 18세이던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되게 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노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후 최씨는 사건 56년 만인 지난 2020년 5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은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최씨 주장이 맞다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편 재심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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