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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李대통령의 ‘셰인바움 비법’ 전수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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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7. 29. 00:29

이충재 증명사진
이충재 정치부장
지난 3월 9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중앙광장에선 시민 수만 명이 모여 "대통령 셰인바움"을 연호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미국과 대화로 승리했다"며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손을 추켜세웠다. 유례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격을 막아낸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셰인바움의 지지율은 80%까지 치솟으며 '국익을 지킨 여전사'로 통했다.

석 달 후인 6월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캐나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셰인바움과 만나 그의 지지율을 언급하며 비결을 물었고, "직접 시민을 찾아가 대화한다"는 답을 얻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셰인바움 비법대로'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갔다. 타운홀미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 광주를 시작으로 지난 4일엔 대전, 25일 부산 등을 찾아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지역민원까지 귀담아 들었다.

이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셰인바움과 겹치는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천만 지자체장'인 멕시코시티 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것부터 닮은꼴이다. 셰인바움은 멕시코시티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타코향(香)' 진보정책을 선보여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특유의 '사이다 정책'으로 답답한 민심의 속내를 뚫었다.

전임자의 '후광'과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거머쥔 점도 비교대상이다. 셰인바움의 전임자이자 정치적 유산을 물려준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은 퇴임까지 지지율 70%의 고공비행을 했다. 그의 비법도 소통이었다. 매일 오전 7시에 기자들과 마주앉아 대담을 벌였다. 여기엔 스페인말로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뜻의 '마냐네라'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셰인바움도 '마냐네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대통령 역시 수시로 용산 기자실을 찾았다. "매점에 V(대통령)등장"이라는 긴급문자에 외부에서 식사를 하던 기자들이 서둘러 복귀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고 없이 나타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친구와 이야기를 하듯 최신 트렌드를 논하기도 했고, 좀처럼 듣기 어려운 '대통령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단순한 Q&A 이상의 소통채널을 열어둔 것이다. 아직 명명되진 않았으나 '매점V'정도의 별칭이 붙을 수도 있다.

두 대통령의 발걸음은 대미협상 목전에서 다시 마주쳤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처럼 우리도 경제·외교·안보 등에서 미국과 뗄 수 없는 관계이자 상대적 열위(劣位)에 놓였다는 지점까지 비슷하다. 대응 방향도 '다른 듯' 닮았다. 셰인바움은 미국과 대결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관세는 우리도 부과할 수 있다"며 당당한 대응으로 나섰다. 이는 이 대통령이 미국과 협상에서 '국익'과 '자주국가'를 키워드로 삼은 것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향후 이 대통령 지지율은 셰인바움처럼 대미협상 결과에 따라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여권의 한 중진 인사는 "결국 지지율은 관세협상에 달렸다"며 "협상 최종시한인 8월1일이 대선 결과처럼 초조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광화문광장에서 멕시코시티 광장처럼 "대통령"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리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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