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이터·연합 |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타결안에 대해 "이번 협상이 역대 최대 규모"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U 측도 그런대로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일본보다 더 많은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했지만, 애초 30%로 예고됐던 상호 관세율을 절반으로 깎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EU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한 것도 성과로 꼽는다. 무엇보다 협상시한 종료를 닷새 앞두고 극적 합의에 성공하면서 대서양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제 문제는 우리나라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미국의 주요 무역파트너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캐나다, 멕시코, 인도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중국과는 지난 5월 중순 맺은 관세 휴전을 90일 동안 추가 연장할 가능성이 커 다소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다. 미·중이 28~29일 스웨덴에서 3번째 고위급 무역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우리나라 고위층이 미국과 협상할수 있는 날짜는 30~31일 뿐이다.
그나마 한미 관세협상을 위해 미국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추가 협상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협상단 일정에 맞춰 유럽을 방문한 것은 다행이다. 김 장관은 지난 25일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등을 협상파트너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제안해 미국측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미국 측 관심이 많은 조선·원전·반도체 등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쌀, 소고기 시장 등 추가 개방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28일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 중"이라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본과 EU가 15% 관세에 합의하면서 우리나라가 이들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 경우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에서 직격탄을 맞을 게 뻔하다. 이런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내줄 건 내주고 챙길 건 챙기는 실리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