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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테슬라 FSD와 양대 노총의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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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04. 17:56

이경욱 실장님-웹용
논설심의실장
미국 테슬라에서 최근 방영한 홍보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텍사스에서 생산된 테슬라 자동차를 집까지 직접 보내는 배송 시스템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내용이다. 차량이 FSD(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를 기반으로 소비자 집까지 스스로 운전하면서 배송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 '사람' 운전자는 당연히 없다. 조수석에도 그 어떤 사람도 타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테슬라 직원 몇몇이 공장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 없는 차량에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한다. 그러면 그 차량은 내비게이션을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회전을 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까지 질주한다. 사람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과 다름없이 스스로 몰고 가 소비자 집 앞에 주차하는 방식이다. 물론 운전자가 없으니 내리는 운전자도 없다. 생소함 그 자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차량 배송 시스템이다. 테슬라 구매자가 경기도 광명 IKEA 주차장까지 직접 가서 차량을 인도받아 몰고 오는 우리의 방식과는 천양지차다. 오가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소비자들에게는 FSD 방식이야말로 획기적인 배송 시스템이라고 하겠다.

FSD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은 미국이야말로 도로가 주로 직선으로 돼 있어 우리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나라에서는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우리도 언젠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배송 기사 분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십만 원 안팎의 비용이 절감된다. 결국 관련 일자리 실종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수입을 잃는다. 이런 시스템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 감소를 겪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동차 생산 공장 과정도 눈부실 정도로 자동화됐다. 자동차 회사의 홍보 영상을 보면 생산 라인에 아예 근로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지막 검수 과정에서 직접 손으로 도장 상태 등을 점검하는 근로자들만 있을 뿐 판금과 도장 등 전 과정은 이미 오래전 자동화됐다. 자동화율이 오르는 과정에서 당연히 수많은 근로자들이 생산현장을 떠났을 것이다.

언젠가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는 이런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지금처럼 테슬라 FSD나 인공지능(AI) 등 인터넷 공간의 기능이 활성화되기 전에 나온 것이었다. AFL-CIO는 AI나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겠지만 그에 따라 기업들이 마구잡이식으로 구조조정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근로일수는 줄지라도 근로자 임금은 삭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근로자들이 자기 계발을 하거나 가족과의 여가 시간 즐기는 기회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성명을 접했을 때에는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업종이 완전 자동화 단계에 접어든 요즘 AFL-CIO의 선견지명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동일한 물량을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근로자 100명이 일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1~2명만 최종 검수를 하면 곧장 소비자가 생산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 및 출하, 탁송 과정에서의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파일 저장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와 모바일 학습플랫폼 '듀오링고' 등 일부 기술 업체들이 AI를 해고의 이유로 내세웠다. 사람 손이 필요한 교육에서조차 AI 활용에 따른 구조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특정 업무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 세계 기업의 41%가 2030년까지 고용 인력을 감축해 나갈 계획이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도 나왔다.

AFL-CIO는 1955년 당시 양대 노조였던 미국노동자협회(AFL·American Federation of Labour)와 산업별노동조합회의(CIO·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가 합쳐 출범한 전국적 노조다. 미 최대의 노조이며 경제 문제뿐 아니라 정치·사회·국제 문제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 이익단체이다. 우리로 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 이에 해당된다.

민주노총과 한노총이 우리 근로자들을 위해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은 근로자 이익 제고를 위해 지극히 당연하다. 근로자 출신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돼 현장을 누비고 있을 정도니 이 정부의 근로자 목소리는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커질 것이다. 사용자와 비교할 때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려 애쓰는 행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미 우리의 양대 노총도 급격한 자동화에 따른 산업계 지형 변화에 적극 대응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AFL-CIO의 성명처럼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소 대책 얘기를 더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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