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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 누리는 외교관들…“개인 일탈 적용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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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승인 : 2025. 08. 06. 15:57

경찰, 지난 3일 입건한 튀르키예 외교관 불송치 가능성
올해 6월 강제 추행 혐의 온두라스 외교관도 면책
빈 협약 비준한 미국, 영국, 프랑스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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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튀르키예대사관. /연합뉴스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을 거부한 튀르키예 외교관이 '면책특권'을 내세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개인 일탈을 저지른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A씨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음주 측정 거부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3일 오전 1시께 서울역 인근 염천교에서 택시와 부딪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신을 쫓아온 택시기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의 음주 측정도 두 차례나 거부했다. 자신은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소속 외교관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다는 이유였다. 외교관들은 1961년 체결된 빈 협약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현지에서 처벌받지 않는다. 이에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송치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 넘기지 못해 재판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교관 조사는 자칫 외교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형사상 처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교관이 형사 처벌을 피하는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당장 지난 6월 19일 온두라스 외교관도 부산 도시철도 2호선에서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불송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온두라스가 지난달 이 외교관의 면책권을 박탈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처럼 주한 외교관은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10건 안팎의 사건·사고를 일으켰지만, 형사 처벌을 받진 않았다.

이는 빈 협약을 비준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2019년 영국에서 미국 외교관 부인이 역주행하다가 10대 청년을 숨지게 했는데, 현지에서 처벌받지 않았다. 2016년 12월엔 우리나라 외교관도 칠레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지만, 국내로 소환됐다. 현지에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교관들의 사적 생활 중에 발생한 사건은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공적 업무 수행 중도 아니고 개인 생활 중 문제 행동까지 면책특권이 이뤄지고 있다.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고 논란이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사안이지만, 피해자들 입장에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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