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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골든타임 5년, 지방과 인구를 함께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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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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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대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책임연구원 = 광복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이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합계출산율 0.75명이라는 세계 최저 기록과 함께 전국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1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언뜻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만 이는 같은 병의 다른 증상일 뿐이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80년 전 폐허에서 일어선 대한민국은 전국 방방곡곡에 병원, 학교, 공공기관을 건설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과거의 균형발전 전략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역 내 인구구조의 붕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의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미연은 단순한 총인구 규모가 아닌 세대별 구성 균형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회복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인구체력' 개념을 도입했다. 그 분석 결과 전국의 지자체는 크게 체력확보, 체력유지, 체력주의, 체력고갈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됐고 같은 인구 감소 지역이라도 청년층 유입 가능성과 회복력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역 내 인프라의 산발적 분산이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역 종합병원은 적자에 시달리고,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서비스 질은 떨어지는데 비용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대도시로 가야 하고,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사교육이 발달한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결혼과 출산을 앞둔 젊은 부부에게 지방은 선택지가 될 수 없는 구조다.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도 문제였다.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간 380조 원을 저출생 대응에 투입했지만, 대부분이 개별 가정에 대한 직접 지원에 집중됐다. 하지만 저출생과 지방소멸이 인프라의 비효율적 분산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해법 역시 집적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일본 오카야마현의 나기초 마을은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인구 5000여 명의 작은 지방 도시였지만, 의료-교육-육아 시설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결합해 합계출산율을 20년 만에 1.4명에서 2.95명으로 끌어올렸다.

결국 핵심은 분산된 자원을 거점 중심으로 재배치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고,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확보한 것이다. 인구체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체력확보 지역은 거점 도시로 육성하고, 체력주의 지역은 인근 거점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체력고갈 지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구조화를 추진해야 한다. 모든 곳에 병원과 학교를 유지하려 하지 말고, 거점 지역에 최고 수준의 의료센터와 교육시설을 집중 설치해 광역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발적으로 분산된 지역에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집적화된 투자가 훨씬 효율적이다.

골든타임 5년이 지나면 저출생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새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이 이러한 위기 인식을 반영해 지방과 출생 문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산발적 분산에서 집적된 효율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80년 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 위기 역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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