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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곳곳에는 아이들, 순수함, 사랑, 존엄, 미래라는 단어가 반복되며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어머니로서의 진심이 묻어났다. 이 평화서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작성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 편지를 미국·러시아 대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낭독했다. 편지 어디에도 돈바스 지역 양도와 같은 휴전 협정 조건 등의 사안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서신은 그 어떤 협상 문서보다 강한 울림을 안겼다.'아이들의 순수함'이라는 개념은 이념과 국경,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다. 그것은 국내외 정치가 '이해관계' 따지기를 멈추고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 지점을 정확히 꿰뚫었다. 국제무대에서 지도자들이 국익을 걸고 치열하게 맞붙는 순간,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의 웃음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가치를 꺼내 들었다. 이 편지는 정치를 넘어선 인류애를 이야기했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폭스뉴스의 보도 태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단독(EXCLUSIVE)'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서신의 의미를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미국 대통령 부인의 외모와 같은 화제성 가십이 아니라 그가 전한 메시지와 진정성에 집중한 보도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도하고 있는가. 의상, 보석 혹은 다리를 꼬고 앉았는지 등 외적인 요소에 치우치지 않았는가. 이런 보도 행태를 바로잡는 데 언론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형에 집중하는 대중의 시선과 무분별한 정치적 프레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행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보도가 '외적인 요소'에만 집중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실추시키는 분명한 퇴보다.
대통령 배우자는 세계의 시선을 받기도 하며 때로는 대통령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세상에 던질 수 있는 존재다. 멜라니아 여사의 서신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제 우리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 배우자의 외적인 요소보다 그가 가진 국가관과 세계관, 그가 내는 메시지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우리의 의식이 성숙해졌을 때 존경받는 영부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