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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수혜국서 공여국 된 韓… 국제보건 역할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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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8. 21. 17:54

3년만에 방한 '공적개발원조' 강조
"어려운 나라 돕는것 당연한 책무
원조기금 GDP 0.7% 목표로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접견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21일 국제 보건 위기와 공적개발원조(ODA)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원조 기금을 증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ODA 예산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3% 수준에서 국제 기준인 0.7%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ODA가 유지가 되고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의 기여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한국의 바이오사이언스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이룬 점을 들어 국제 보건 분야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청했다. 그는 "재단 초창기부터 국제백신연구소(IVI)에 자금을 지원했고, 한국 정부 역시 꾸준히 협력해왔다"며 "4억 달러가 넘는 기금을 투입해 콜레라 백신 개발을 이끌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LG백신 등과 협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삼성 등 국내 기업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눈에 띄는 발전을 거뒀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ODA 예산을 GDP의 0.3% 수준에서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 평균인 0.7%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자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파급력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는 0.7% 이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GDP 대비 0.5% 원조 달성은 5년 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ODA 증액은 도덕적 책임일 뿐 아니라, 전 세계 감염병 확산을 막고 한국의 경제와 안전에도 이익이 되는 투자"라며 "한국 정부가 ODA 전략을 재정비해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보건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의회가 균형을 잡아왔으며, 큰 폭의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원조 의지를 드러냈다.

'저출생·고령화 등 국내 문제 속에서 ODA 확대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은 과거 국제 원조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며 "이제는 어려운 나라를 돕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산모 사망과 아동 건강 문제를 예로 들며 '인류애'와 '연대'를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보건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도 저소득 국가이므로 협력을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스스로 협력을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미래 전략 분야로 인공지능(AI)과 원자력 에너지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AI가 좋은 소식"이라면서 "아프리카에서는 평생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AI 상담과 진단은 건강 개선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신약 개발과 농업 정보 제공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의사 부족 문제 해결과 업무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설립한 원자력 에너지 기업 테라파워(Terra Power)와 SK, HD현대 등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언급하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협력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전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경제적·민주적 성취를 이룬 모범"이라며 "이제는 백신과 진단기술을 취약국에 제공하는 자랑스러운 위치에 서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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