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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기상이변이 극심했던 7월 한 달 동안만도 전국 곳곳에서 '가축 집단 폐사'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7월 29일 기준 피해 규모는 129만 마리에 달했으며, 경북 지역의 경우 한 달 새 1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폐사해 텅 빈 축사도 적지 않았다.
닭과 오리뿐 아니라 소와 돼지 등 다양한 가축이 폭염과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되며 농장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일회성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축산물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식품군으로 자리 잡았고, 소비량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이 고기·계란·유제품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물론, 외식산업과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로 인해 축산물 공급 안정은 농가만의 과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현안이 되었다. 공급이 조금만 흔들려도 가격이 급등하고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며, 일부 품목은 품귀 현상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올해 여름 한우, 돼지고기, 계란 등 주요 축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수요·공급 원리만의 결과가 아니다.
가축 폐사, 시설 피해, 복구 지연, 유통 병목, 사료값 급등, 축사 내 화재와 질식사고 등 각종 악재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대형 유통업체마저 원재료 수급 불안과 가격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식탁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제는 단기적인 응급조치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폭염이나 폭우가 발생하면 재해 대응 태스크포스의 즉각 가동, 차광막·환기팬·자동급수기 긴급 지원, 피해 농가에 대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수의사·전문 인력의 현장 파견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축사 환경의 스마트화, 실시간 데이터 기반 생산 예측, ICT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 농가·정부·민간이 함께 미래에 대비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안전사고 예방 또한 중요한 과제다. 오래된 전기 설비의 사전 점검과 교체,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 확충, 환기 시스템 강화, 현장 근로자 안전 교육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최근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가축분뇨 처리시설 질식사고를 떠올리면, 안전관리에 있어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가격 안정을 위한 사회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 비축물량 확대, 수입 조정, 긴급 출하 등 단기 시장 안정 조치를 적극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유통·생산 투명화, 실질적인 재해보험과 가격안정기금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신뢰다.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품질과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투명하게 상황을 알림으로써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기후위기와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축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특정 집단의 과제가 아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공급 체계, 가격 안정 장치, 산업 현장 안전 시스템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국민의 식탁과 농가의 생계가 지켜질 것이다.
이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모두가 협력하는 '재난에 강한 축산업'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