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비노쉬 주연·연출작 '인-아이…', 재미 가득 다큐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韓원작과 비교하는 맛 있어 泰 호러 '할라발라', 비명 지르다 보면 어느새 웃음 만발
인-아이 인 모션
0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줄리엣 비노쉬(왼쪽)가 다큐멘터리 '인-아이 인 모션'으로 감독에 처음 도전했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넘실대는 '영화의 파도'에 몸을 던질 때가 임박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7일 개막해 26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64개국 32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시간은 부족한데 영화는 넘쳐난다며 울상짓는 영화팬들을 위해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 5편을 한데 모았다. 지역과 장르를 안배해, 영화제에서 보면 재미가 배가될 만한 작품들로 추렸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온갖 감정들, '인-아이 인 모션' =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비노쉬와 영국 출신 세계적 무용가 아크람칸이 사랑의 모든 과정과 형태를 담아낸 무용극 '인-아이'(In-I)를 준비하는 7개월간의 과정에 2008년 공연 실황이 더해진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속 비노쉬와 칸은 때론 길을 찾는 구도자처럼 간절히 손을 잡고, 때로는 사나운 적군처럼 치열하게 맞서며 각자의 경험과 심지어는 트라우마까지 공유하게 된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연기와 춤, 기억과 트라우마가 교차하는 이 작품을 통해, 줄리엣 비노쉬는 배우를 넘어 감정의 움직임을 연출하는 창작자로 우리 앞에 선다"고 평가했다.
한편 비노쉬는 특별전 '줄리엣 비노쉬, 움직이는 감정'의 주인공 자격으로 15년만에 다시 영화제를 찾는다. 2010년 제15회 영화제에 처음 참석했을 당시, 뒷풀이 자리에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흥겨운 '막춤' 댄스를 합작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번 내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영화팬들의 호기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야시대
0
중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 '광야시대'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꿈과 영생의 상관 관계를 통해 영화사를 되짚어보는 SF물이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저물어가는 극장의 시대에 바치는 헌사, '광야시대' = 올해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중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다. 미래를 배경으로 꿈꾸지 않는 자들은 영생할 수 있다는 비밀을 발견한 인류가 비밀리에 계속 꿈을 꾸면서 역사에 혼동을 가져오고 시간의 오류를 만드는 '판타스머'들을 각성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SF물이다.
극중 '판타스머'가 꾸는 꿈을 통해 SF·표현주의·누아르·슬랩스틱 코미디·스릴러 등 다양한 시대의 여러 장르들이 변주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무성영화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극장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비간 감독이 재구성한 영화사로, 영화와 극장의 시대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했다.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0
다큐멘터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은 열세 마리의 곰을 돌보며 사는 1990년대생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긴 사색을 제공한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때론 돌아가는 여유가 필요해,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 청주동물원 사람들을 그린 '동물, 원'과 야생동물구조센터 사람들을 다룬 '생츄어리'로 이름을 알린 왕민철 감독이 강원도 화천에서 열세 마리의 곰을 돌보며 사는 1990년대생 여성 넷으로 시선을 옮긴 다큐멘터리다.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육 곰을 돌보는 경험이 본인의 삶에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긴 사색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강소원 프로그래머의 귀띔이다.
부고니아
0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원작인 '부고니아'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정교한 화면 미학과 부조리한 세계관이 더해져, 보고 읽는 재미를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제공=부산국제영화제
▲원작과 비교하는 맛! '부고니아' = 잘 알려진대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얼마전 막 내린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함께 황금사자상에 도전했다.
박가언 프로그래머의 설명에 따르면 외계인으로 지목받아 납치되는 캐릭터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것만 제외하곤 원작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다크 코미디적 요소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정교한 화면 미학과 부조리한 세계관이 더해졌다.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비명 지르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할라발라' = 대놓고 무서우며 잔인하기로 악명이 자자한 태국 호러, 그 중에서도 사지 절단이 난무하는 슬래셔물이다. 시나리오 작가 겸 만화가 출신인 에아카싯 타이랏 감독이 태국 남부 국경지대의 저주받은 원시림 속에서 벌어지는 살육극을 만화적 영상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를 미리 본 채경훈 프로그래머는 "폭력과 공포에 잠식당하는 순간, 진짜 괴물은 누구인지를 묻게 된다"면서 "관객의 눈꺼풀을 아드레날린으로 박제할 정글 호러 서바이벌의 극한 체험"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