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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사회 역시 그 때와 마찬가지로 계엄 사태로 훼손된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진영 논리로 깨진 국민통합의 과제는 책임지는 국정운영에서 비롯되는 신뢰로 완수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듯,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을 강조했다. 야당 시절보다 더욱 무거워진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변화와 노동자 출신 지도자의 '우클릭' 행보에서, 상처받고 길 잃은 국민들은 회복과 정상화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기자회견을 지켜 본 이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너진 집을 일단은 보수해놨으니 이제 뭘로 먹고 살거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자신감은 국가 미래 동력으로 밀고 있는 에너지 산업의 성공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산업 수출로 첨단 산업의 근간을 마련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과 포부는 대선 시절 내놓은 국정과제 곳곳에 묻어있다. 과감한 정부 조직개편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하겠다는 추진력은 믿음직하지만, 과연 부작용도 인정하고 언제든 수정할 줄 아는 용기도 새 대통령은 갖추고 있을까.
환경 영향 규제와 에너지 산업 진흥 기능을 합쳐놓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놓고 반대 의견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은 단순 통합 개편이 형식적이라 비판하고, 에너지를 생각하는 이들은 상충하는 정책으로 사업 동력을 잃을 것이라 걱정한다. 이 대통령은 '일부러 싸우라고 합쳐놓은 것'이라며 갑론을박으로 해답을 내놓으라는 실험적 조직 구상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전기본 수정까지 필요한 원전 건설 재고를 거론하며 '10년 후에나 지어질 텐데 그게 대안이 맞냐'고 했다. 회복과 정상화의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완성되기까진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국무회의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라고 노동부 장관을 노동자로, 산업부 장관을 사장으로 앉혔다는데, 환경부 장관은 왜 정치인인가. 환경부 장관이 맡게 될 기후에너지환경부에는 기후와 에너지와 환경을 아우를 전문성보다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정치력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다. 진정한 실용주의는 유연한 정무 감각과 빠른 정책 수정에서 빛을 발하고, 국민들은 더 이상 싸움판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 조직을 국회 정쟁의 논리로 끌고 갈 게 아니라 부처 간 견제와 협의에서 나오는 정책의 전문성과, 5년이 아닌 10년 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지도자의 안목으로 도약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 김 추기경의 말처럼, 4년 9개월 후 모두를 끌어안았던 지도자로 기억되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