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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미 무역 ‘큰 틀 합의’, 협상단 당시 설명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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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9. 16. 06:00

한국 협상단, 한미 관세 인하·투자 합의 설명, 미국 입장과 전면 배치
투자 방식·수익 배분 비율 주장 달라
한국, 합의 팩트 대신 아전인수격 해석했나
향후 협상, 치밀한 전략 수립해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한국과 미국 간 무역협정 협상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협상단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큰 틀 합의' 설명이 사실과 달랐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 언론 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할 예정이던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 내역은 △한·미 조선 협력(마스가) 프로젝트에 1500억달러 △반도체·배터리·원자력·핵심 광물·바이오·의약품 등 전략 분야에 2000억달러였다.

당시 협상단은 마스가 프로젝트 자금은 한국 주도의 펀드로 조성되며, 나머지 2000억달러 역시 한·미가 합의한 구체적 분야에 투입되고,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와 성격이 다르다며 규모도 일본의 36%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과 달리 한국은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에 넘기는 대신 '재투자'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김정관 장관 여한구 본부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한 한국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그러나 미국 측 입장은 전혀 달랐다. 미국은 한국이 3500억달러를 현금 등 직접 출자해야 하며, 투자 대상과 방식의 결정권도 미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 측이 설명한 '대출·보증 등 간접 지원 중심'이라는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수익 배분 또한 일본식 모델, 즉 초기에는 50대 50으로 나눈 뒤 투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는데, 이는 실제 합의 내용이 미국 측 설명에 가깝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미 무역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다섯번째)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여섯번째)·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네번째)·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세번째) 등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이 7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한·미 협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으로 백악관이 7월 3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오른쪽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세번째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네번째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그리고 왼쪽 두번째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다./백악관 엑스 캡처
미국 협상단을 이끄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11일 한국이 일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기존 25% 관세를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러트닉 장관은 7월 23일에도 "한국이 일본 합의안을 읽었을 때 욕설이 터져 나왔을 것"이라며 양국 간 경쟁 구도를 부각했다.

한국 협상단은 "사전에 미·일 합의안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미국이 이를 역이용해 협상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힘의 불균형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협상단이 구체적 합의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낙관적 발표를 이어간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지위 등 안보 문제까지 연계하면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차별화된 조건을 관철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통화스와프 등 핵심 쟁점에서 미국의 요구를 면밀히 분석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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