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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9일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 현장을 찾아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 지역에 신규 공급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주택 시장 안정은 어렵다"며 "가장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곳은 서울인데, 이번 대책에서 서울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도권 공공택지 직접 시행 등 공공 주도의 공급 방식을 강조한 것과 달리,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서울시 고유의 공공지원·민간주도 방식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신속통합기획은 2021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개입해 공공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통합 심의를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모아타운은 202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단지화하고 기반시설·편의시설을 함께 정비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정비사업지 321곳, 약 24만5000가구 규모의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여기에 정부 9·7 대책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추가로 단축해 공급을 앞당기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시장의 정부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11일 중랑구민회관에서 열린 '대시민 정비사업 아카데미'에서 "공공 주도로 진행된 사업들이 모두 정체 상태"라며 "공공이 주도하면 오히려 더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19일에는 페이스북에 '실패한 정책의 데자뷰(데자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재인 정부가 공공 주도로 서울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 했지만 실제 추진된 건 2200가구에 불과했다"며 "참담한 실패작이었는데도 이재명 정부가 다시 공공 주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학습 효과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신통기획 무엇을 바꿨는가' 토론회에서도 "정부 대책은 서울 핵심지를 빼놓고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곳에만 공급하려는 방식"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서울 주택의 88%를 민간이 공급했는데도 공공 확대만 강조하는 건 결과가 뻔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탄핵 정국 이후 정치적 공세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주택 공급 확대라는 대의를 고려할 때 정부와 서울시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수도권 택지지구에서는 정부 안대로 공공 주도의 공급이 가능하겠지만, 서울은 정비사업 위주 공급이 많아 민간 규제 완화를 통한 촉진이 병행돼야 한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만 거듭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정치적 이해나 정책 노선 차이를 넘어, 실수요자 친화적인 공급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