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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 칼럼] AI가 답한 개헌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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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22. 18:00

최범 객원논설위원
최범 객원논설위원
지난 대선 과정에 개헌이 큰 논쟁이 됐던 적이 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핵심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그랬다. '4년 중임제'를 제안했던 당시 김문수 후보의 국민의힘은 그동안 중임제를 주장해 왔던 이 후보가 갑자기 연임제로 돌아섰다며 장기집권 획책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을 한 번 한 뒤 연속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다. 대통령을 한 번하고 떨어졌다면 그다음 번에 다시 도전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다만 8년, 즉 두 번 이상은 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연임제는 반드시 연속해서만 대통령을 할 수 있다. 불연속 재임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임 후 한 차례 쉬었다가 다시 연임에 도전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제가 비교 대상으로 올랐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22조 제1절에 "누구도 두 번 이상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대신 중임을 허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반면 연임제 러시아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연임을 해 200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푸틴은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후보로 내세워 당선되자 자신이 총리로 역할 교대를 했다. 그리고 4년 후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사실상 종신집권의 기틀을 다졌다.

연임제·중임제 논쟁은 이 후보가 "걱정되면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렇게 쓰면 된다"라고 정리하며 일단 수면 속으로 가라앉았다. 개헌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막중한 행위이다. 이 때문에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도 언제든지 논쟁을 촉발할 가연성을 지니고 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개헌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향후 5년간 추진할 국정과제 123건 중 1호 과제로 개헌을 내세우면서부터다. 국정과제 첫머리에 오른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개정'은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포함한 권력 구조 개편 방안을 담고 있다. 감사원 국회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등도 개정 방향이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개헌의 진의를 의심한다. 개헌의 내용은 다음 문제이고 현행 헌법에 대한 해석에 여전히 집중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당내 법률 전문가인 나경원 의원 등은 최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김민석 총리에게 "이 대통령이 (연임제에) 해당 안 되는 게 맞나"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김 총리는 "일반적 헌법 원리상 그렇게 된다는 것은 다 아실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을 계속했다.

나 의원 등의 질문은 '헌법 제128조 2항'에 관한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개헌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 개헌 후 대선 출마가 원천 봉쇄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구멍이 있다. 개정 헌법에서 128조 2항 조항을 고치거나 빼면 이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을 '콕' 찍어 질문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만약에 이 대통령이 헌법 개정 제안 직전에 사임하면 어떻게 되나 하는 점이다.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동의로 헌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시점이 바로 제안 시점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등 3명의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한 사례가 있다. 대통령 사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해도 사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개헌 제안 직전 사임은 국정 공백과 관련한 도덕성과 책임 등에 따른 국민 저항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매우 높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AI) 3곳에 궁금증을 물어봤다. 첫 번째 AI는 대통령이 사임 후 권한대행 체제에서 개헌이 이뤄진 후, 재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 AI는 개정 헌법 부칙에 '현 대통령 및 이미 대통령을 역임한 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면 출마가 불가능하고, 그런 제한이 없으면 출마가 허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세 번째 AI는 헌법의 기본 원칙과 민주주의 정신을 고려할 때 개헌을 통해 사임한 대통령의 재출마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AI 는 각각 '가능', '제한적 가능', 정치적 역풍 등을 고려해 '불가능'으로 달리 답했다. 냉철한 AI도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기가 어려워 보인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0% 가까이 나왔다. 하지만 개헌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면서도 권력 구조와 권력 분산, 4년 중·연임제 등 세부사항에는 여전히 이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막중한 만큼 국민 의견 수렴 및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통해 최대공약수를 끄집어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헌 담론의 주인공은 국민이지 정치권의 당리당략이 아니란 점이 개헌의 출발점이어야 할 것이다. AI들처럼 큰 국민 간 이견의 스펙트럼을 최대한 합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다.

최범 객원 논설위원은···
한국외대 졸업. 서울경제신문에 근무하다 러시아 모스크바 동방학연구소에서 박사과정 수료. 문화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요원으로 입사해 러시아와 동구권 전역 순회 특파 취재. 문화일보에서 사회부·산업부 차장, 사회부 부장대우, 국제부장, 산업부장, 부국장, 논설위원 역임. 그 후 아시아경제 편집담당 전무와 월간 '엑설런스 코리아' 대표, 대한전문건설신문 주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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