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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승부수 띄운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대형 수주’로 훈풍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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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9. 22. 17:06

주택 의존도 높던 현대엔지니어링…플랜트로 '본업' 강화
현대건설 4조원 '이라크 해수 플랜트' 수주…협력 시너지 주목
이라크·사우디 등서 중동 ‘공동 수행’ 경험…“팀 현대 강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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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플랜트 사업을 앞세워 '재도약'을 목표로 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내 형제사인 현대건설의 초대형 해외 프로젝트 수주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 사고의 여파로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주택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플랜트 부문 확대가 절실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4조원 규모의 이라크 해수 플랜트 공사를 따내면서 두 회사 간 시너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결 기준 실적에 현대엔지니어링이 포함되는 현대건설 역시 실적 개선을 위해선 현대엔지니어링의 성장 동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협력 확대 전망이 힘을 얻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이라크에서 약 30억달러(한화 4조원) 규모의 해수 처리 플랜트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이라크 내 가스·석유·태양광·해수 처리 등을 아우르는 대형 가스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대건설은 해수공급시설(WIP)을 맡는다.

공사는 바그다드 남동쪽 약 500㎞ 지점인 코르 알 주바이르 항구 인근에서 진행되며,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용수 생산이 가능한 해수 처리 플랜트를 건설하는 게 골자다. 이 플랜트에서 공급되는 용수는 이라크 주요 유전에 투입돼 원유 증산을 지원하게 된다. 발주처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이라크 석유부 산하 바스라석유회사, 카타르 국영석유기업 카타르 에너지가 공동 참여한다.

업계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에서 현대건설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현대엔지니어링에도 사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두 회사는 중동에서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시에, 수조원대 메가 프로젝트에서는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계약 체결 초기 단계여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참여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동 현지에서 양사가 대형 플랜트 사업을 공동 수행하며 성과를 쌓아온 만큼, 이번 4조원 규모 프로젝트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 양사는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8조4000억원)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5조1000억원)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터미널(3조6000억원)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팀 현대' 브랜드를 구축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6조5000억원 규모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경우, 현대건설이 2023년 단독 수주한 뒤 착공 전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류시켜 공동 수행으로 전환한 사례다. 이번 이라크 사업에서도 이 같은 협력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체질 개선 필요성도 협업 확대 기대를 키우는 배경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현장 잠재 부실 1조3000억원을 '빅배스' 회계처리로 반영한 영향이 컸다. 그룹 차원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 사고 이후 건축·주택 부문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은 건축·주택 53.3%, 플랜트·인프라 37%로 집계됐다. 주택 부문 공백을 메우려면 플랜트 중심의 신규 수주 확대가 불가피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는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발주처 요구와 현지 환경을 충족하는 경험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중동에서 이미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협업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플랜트 사업 확대 의지가 강력하다. 올해 초 이사회 체제를 개편했다. 기존 △대표이사 △재무본부장 △건축사업본부장 3인 체제에서 건축사업본부 대신 손명건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플랜트 본부장이 이사회에 포함된 것은 7년 만에 있는 일이다. 최근에는 대표가 직접 주재하는 '수주결정회의'를 도입해 해외 프로젝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도 운영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과의 협업 여지가 큰 만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특히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미래 에너지 프로바이더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실적을 축적해 나가는 동시에 중동·동남아·중앙아시아 등 기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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