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인도 출신 대다수…"기회로 활용해야"
정부도 적극 대응 방침…"국내 유치 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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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신규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140만원)에서 10만달러(1억4000만원)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를 통해 현지를 찾던 이공계 인력들의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일반 기업 대상 연간 8만5000개의 발급 한도가 정해져 있는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전문직을 위한 비자로, 기본 3년 체류에 추가 3년 연장이 가능하다. 또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거주하며 일을 할 수 있는데다 영주권 신청도 가능해 세계적인 인력들의 수요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 현지 기업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면서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3983건의 신규 H-1B 비자 발급이 있었으며 지난 10년 동안 평균 2000명 가량이 해당 비자를 받아오고 있었다. 이는 전체 비중의 1%로, 이번 수수료 인상이 국내 인력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세계 이공계 인력이 미국 현지에 입국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던 H-1B 비자 수수료의 대폭 인상이 예고되자 일각에서는 이를 국내 과학계에 인재 유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특히 해당 비자를 발급받는 인력 대다수가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인도 출신이기에 이들의 발길을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트럼프의 돌발적인 정책으로 미국 진출이 제약받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2031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만 5만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이날 "이번 비자 수수료 인상에 맞춰 이공계 인력의 국내 유치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첨단산업분야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정착을 종합 지원하는 'K-테크 패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존 제도에 미국 비자 정책의 여파를 십분 활용하는 창구를 늘린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학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국내 과학계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 유치를 위해 AI 패권국 못지않은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행정부의 비자 수수료 인상 결정이 현실화되면 국내 과학계에 있어 최상위 역량을 지닌 인재 유치의 기회가 될 것이지만, 이 같은 인력을 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도 많이 있다"며 "미국 다음 가는 AI 경쟁력을 지닌 중국의 경우, 국내보다 좋은 지원 여건을 갖췄기에 우리나라도 인센티브 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