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속 면세점 등 교체 전망
정용진 회장, 지난해부터 수시 인사
이마트·백화점 연임 통한 안정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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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이마트 부문을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백화점 부문을 총괄하는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안정과 쇄신 중에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다. 재계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두 남매 회장의 경영 방식의 차이가 드러나는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진을 겪고 있는 면세점과 인터내셔날 등을 중심으로 정유경 회장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지난해부터 수시 인사를 단행해온 정용진 회장은 이번 인사에선 현 경영진 유지를 통한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6일 정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는 지난해(10월 30일)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진 일정으로, 다음달 추석 연휴와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한 조기 인사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알리익스프레스-G마켓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으로 합작 법인에 대한 조직 정비가 시급해진 점도 인사 시기를 앞당긴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인사 원칙이 각각 어떤 방향으로 구현될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두 남매 간의 독자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계열분리의 토대를 구축한 바 있다. 정유경 회장은 승진 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사보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 부문의 인사 변화 폭이 클 것으로 본다. 그 배경에는 백화점 부문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상반기 연속 적자에 더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협상마저 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세계사이먼은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8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성장 모멘텀이 꺾인 상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락했다. 이들 계열사 대표진의 사내이사 임기도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와 김영섭 신세계사이먼 대표는 내년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마트 계열은 차분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부터 쓱닷컴, 지마켓, 이마트24 등 자회사 대표진을 이미 교체하며 조직 재편을 마무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임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는 각 부문의 수장이 꼽힌다. 이마트 부문에서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백화점 부문에서는 박주형 ㈜신세계 대표가 안정적 연임 후보다. '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리는 한채양 대표는 신세계 경영지원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여 년간 기획·전략 분야 핵심 요직을 거쳐온 인물이다.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거쳐 2023년 이마트 오프라인 사업군 통합 대표로 발탁됐다.
박주형 대표는 1985년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신세계와 함께한 정통 '신세계맨'의 대표주자다. 2002년 임원 승진 후 백화점과 이마트 양 부문을 넘나들며 전략 기획과 경영 지원 업무를 총괄해 왔다. 특히 2016년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 시절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신세계 강남점을 전국 최고 매출 백화점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